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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한물 간 가수’ 김태욱의 진정성과 울림
입력 2015-11-02 12:24  | 수정 2015-11-02 13:45
김태욱(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한물 간 가수가 11년 만에 무대에 서니 설레면서 긴장되네요."
웨딩 벤처사업가에서 가수로 돌아온 김태욱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또렷하게 들리는 노랫말의 울림은 컸고, 듣는 이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김태욱은 2일 신곡을 발표했다.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와 '속초에서 만들었던 노래'(연주곡) 두 곡이다. 그는 이날 서울 상수동에 있는 롤링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혹자는 의심했다. 속된 말로 '금수저가 이제 좀 심심하니 다시 나오느냐'는 질투섞인 비아냥이다. 현재의 김태욱은 잘 나가는 웨딩 사업가요, 배우 채시라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터다.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연예인 출신 CEO란 수식어는 최소 그 자신에게만큼은 핸디캡이었다. 무대에서 박수 받던 사람이 다른 분야에 가서 박수 받기 힘들다. 그는 "정말 미친 놈처럼 뛰어다녔다"고 했다. '가수 김태욱'은 그의 가슴에 묻었었다.

김태욱은 "겉으로 행복해보이지만 사실 내면적으로 힘들고 외롭고 두려웠다. 많은 식구를 거느리는 지휘자로서 책임감도 무거웠다. 가족의 사랑, 여행, 친구들과의 소주 한 잔으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감기'를 지난 여름부터 심하게 앓았다"고 말했다.
"성대신경마비 탓 앞으로 말을 못하게 될 겁니다. 성대를 떠나 다른 부분들도 마비가 갈 수 있으니 평생 조심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던 그는 그렇게 음악과 결별했다. 그는 일부러 음악을 애써 외면하고 멀리 했다.
김태욱(사진=강영국 기자)
그러나 삶의 무게에 지친 그의 치유법은 결국 음악이었다. 방황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고(故)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었다. 이열치열이었을까. 그의 아픔보다 더 아픈 노래를 들으니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됐다. 그는 의학이나 과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음악의 힘을 깨달았다.
그는 "속초에서 취기에 내 안의 진짜 김태욱을 들여다 보았다. 행복하지 않은 모습으로 삐쳐서 나를 바라 보고 있더라. '왜 삐쳤니' 했더니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너 목소리 맛 갔잖아' 했더니 '그래도 노래하고 싶다'더라. 비록 장애가 있지만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태욱이 앨범을 낸다니 '목소리를 잃은 가수가 무슨 노래냐'고 염려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그래도 그는 기계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았다. 요즘은 '오토 튜닝'을 통해 목소리의 높낮이부터 음색까지 마음대로 깎고 다듬을 수 있다.
김태욱은 "그런 것들이 내게는 MSG(인공조미료)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대로를 담아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불렀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음반으로 돈 벌 생각도 아니다. 자신이 그랬듯 그의 노래를 듣는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다.
타이틀 곡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는 정통 발라드다. 로커 출신 김태욱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애절하다. 지난 2000년 성대 신경마비 장애 판정을 받고 가요계를 잠정 은퇴했던 그의 흔적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 김현식의 향기가 살짝 풍겨 진한 그리움의 향수를 자극한다.
김태욱(사진=강영국 기자)
'김현식의 노래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 '내 사랑 내곁에 들으며 한 잔 두 잔 또 꺾어/ 김태욱의 마음에도 그대가 살고 있나봐/ 끊는다 잊겠다 해놓고 다시 그리워 불러봅니다'라는 노랫말이 아련하다.
김태욱은 "노랫말 속 '그대'는 내게 사랑할 수 없는 음악이다"면서 "꿈, 포기했던 희망,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픔과 간절함"이라고 설명했다. '술'에 비유하자면 무색무취의 '소주' 같은 곡이다. "하모니와 진정성. 오직 두 가지 기본 원칙에 초점을 맞췄다"고 그는 부연했다.
그의 이러한 각오는 향후 활동에도 이어진다. 김태욱은 "어렸을 때 보여주기식 노래가 아닌, 음악의 진정성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 예전처럼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치진 못하겠으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라이브 무대라면 어디든 서겠다"며 웃었다.
fact@mk.co.kr /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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