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6개월간 자동차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차를 타보았다. 때로는 가족과 함께 타 그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차가 바로 현대자동차가 만든 ‘아슬란이다.
가족들이 이 차를 좋아한 이유는 단순했다. ‘조용하다, 넓다, 편안하다는 것이다. 이는 아슬란이 당초 개발목표에 맞게 잘 만들어진 차라는 것을 뜻한다.
아슬란은 현대자동차가 만드는 전륜구동 자동차 가운데 최상위 모델이다. 지난해 10월30일 수입차 공세를 막아내야할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고 탄생했다. 당시 현대차는 아슬란을 개발한 이유에 대해 후륜구동, 디젤 엔진 위주인 프리미엄 수입차에 피로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들이 원하는 프리미엄급 전륜구동 가솔린 세단이 필요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프레임을 공유하는 그랜저HG와의 차별화를 위해 현대차는 여러가지 차별화를 시도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소음·진동이다. 수입차의 70%를 차지하는 디젤 모델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소음과 진동이란 점을 겨냥한 전략적인 선택이다.
소음·진동 방지를 위해 아슬란은 전면 유리창 뿐 아니라 앞 뒤 도어 유리에까지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했다. 또 차폐구조를 개선하고 엔진룸 및 주요부위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흡차음재를 적용해 소음을 최소화했다. 또 엔진 및 변속기의 부품 강성을 높이고 설계를 개선을 통해 공회전시 엔진의 진동, 가속시 소음, 엔진 투과음 등을 최대한 억제했다.
엔진과 변속기도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아슬란에는 그랜저보다 한층 강화된 람다Ⅱ V6 3.0 GDi 와 람다Ⅱ V6 3.3 GDi 2개의 엔진이 장착됐다. 3.0 GDi 엔진은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31.6kg·m을 발휘하며 3.3 GDi 엔진은 최고출력 294마력, 최대토크 35.3kg·m의 출력을 뿜어낸다. 출력은 충분하지만 스포츠 세단처럼 폭발적인 가속능력을 보여주진 않는다.
대신 저속과 중속 영역에서 가속이 상당히 매끄럽게 이뤄진다. 소비자들의 가속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변속 충격을 최소화하고 변속 지연감을 없앨 수 있도록 엔진과 변속기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 차의 목적은 오로지 편안하고 부드러운 주행이 목적이란 사실을 강조하는 듯 하다.
실내 공간의 크기를 결정하는 차축간 거리(휠베이스)와 차체넓이는 각각 2845mm, 1860mm로 그랜저와 동일하다. 그럼에도 뒷좌석에 앉으면 그랜저 보다 더 넓게 느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히 뒷좌석이 더 넒고 쾌적하게 느껴지도록 인테리어를 바꿔 더 안락한 느낌이 들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각종 안전장치와 주행보조 옵션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에어백은 총 9개가 장착돼 있고 충돌시 앞좌석 탑승객의 골반부를 잡아주는 하체상해 저감장치와 뒷좌석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이를 알려주는 뒷좌석 시트벨트 리마인더 등이 기본 장착됐다.
또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의 기능이 적용돼 안전운전을 돕는다.
이 같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슬란의 판매량은 아직 기대에 못미친다. 그랜저HG와 똑같은 차인데 가격만 높인 것 아니냐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차라리 제네시스나 독일산 수입차를 타겠다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여럿 봤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아슬란을 시승한다면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어차피 나혼자 재미로 타려고 사는 차가 아니라면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아슬란 구매를 한번쯤 고려해보는건 어떨까.
아슬란의 가격은 3824만~4506만원이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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