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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②] 감독 김태형, ‘인간적, 감각적, 그리고 성장 중’
입력 2015-11-02 06:45 
두산의 14년만의 KS 우승을 이끌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이제 갓 신인 꼬리표를 떼어내고 감독 2년차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젊은 사령탑이다. “올해 부족했던 것, 배웠던 것이 많다”는 김감독은 스스로 ‘성장’이라는 도전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KBO 10개 구단 출범 첫해였던 올해, 그라운드보다 새 얼굴이 많았던 곳이 벤치다. 절반인 5개 팀이 신임 감독이었고, 리그에 처음 참가한 신생 KT의 조범현 감독까지 포함하면 무려 6명의 사령탑이 소속팀 첫 시즌을 지휘했다.
그러나 이들 중 네명은 그저 새 차에 올라탔을 뿐인 ‘베테랑 운전수들. 진짜 ‘초보 딱지를 붙이고 달렸던 신인 감독은 둘뿐이었고, 그중 한명은 2015한국프로야구의 마지막 승자로 남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48)의 첫 해는 그야말로 쟁쟁한 선배 감독들과의 승부였다.
한 경기를 치르는 순발력, 투수교체 타이밍과 작전 등에서 충분한 경험이 없었지만, 막상 스스로 거의 핸디캡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승부와 경기를 보는 그의 생각에 이유가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경기는 선수가 한다고 믿는 벤치다.
결국 선수들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적의 구성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단을 만들어놓고 관리해내면 그 선수들이 나가서 각자의 몫을 해주면서 이길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벤치의 롤은 경기 내적인 간섭보다 경기에 나서기 직전까지의 선수들의 철저한 관리, 운영에서 더 크다고 본다.
두산 감독에 선임된 직후 김태형 감독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물었을 때, 그는 선수들이랑 인간적으로 얘기해보겠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다시 ‘팀을 만들고 어떤 야구를 해야 할지 인간적으로 대화하면 잘 통할 것”이라고 했다. 한 시즌을 치르고 난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그는 여전히 어딘지 두루뭉술한 인간적으로 통했다” 편하게 가자고 했다”는 말을 잘한다. 사실 상당히 ‘호통의 전적이 화려한 카리스마 사령탑인데, 그러다가도 은근히 인간적으로 챙기는 ‘상남자 밀당스킬이 능한 모양이다.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에 대한 세밀한 관심, 꼼꼼한 지적에 그다지 열성적인 편은 못되는 김태형 감독은 대신 잘될 선수, 지금 잘할 선수 등을 알아보는 ‘촉에서 일찌감치 평가가 높다.

취임 직후부터 두산다운 야구를 되살리겠다”고 의욕을 보였던 김감독은 애리조나 전훈 당시 ‘두산 야구가 되찾아야 할 색깔로 빠르고 강한 야구를 말했다. 타선과 수비진에 역동적인 스피드와 근성을 더하면서 활력을 보태기 위해서는 허경민 최주환 박건우 등이 포지션 경쟁에 불을 붙여야 한다”며 기대가 컸는데, 그의 바람은 포스트시즌에서 ‘대박이 됐다. 결국 이현승 허준혁 함덕주 이현호 등 마운드에서 시작된 올해 두산의 ‘발굴과 ‘재배치 성공담은 페넌트레이스부터 ‘가을야구까지 투타 곳곳에서 이어졌다.
특별히 감이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눈은 좀 좋은 편인 것 같다. 자신 있는 ‘척하는 선수와 진짜 준비된, 자신 있는 선수는 알아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눈썰미는 포수 출신 감독들이 좋은 경우가 많다. 마스크 사이로 투수와 타자의 세세한 표정과 움직임을 읽어내던 ‘내공이 켜켜이 쌓인 덕분일까.
끝이 좋아 모든 게 좋아진 2015시즌,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김감독은 어렵고 힘들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감독이 표정관리를 못하면 선수들이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벤치에서는 늘 자신만만하고 여유 넘치는 모습을 지켰지만.
삼성의 5년 연속 통합챔피언 등극을 저지하며 두산의 ‘V4를 이끈 뒤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 그는 이제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고작 2년차 감독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잠실구장 저녁 하늘을 수놓던 불꽃, 쏟아지던 샴페인 세례와 시끌벅적했던 축승회. 그 꿈결같은 순간들이 채 한나절도 지나기 전에 그는 11월 마무리훈련 참가선수 명단을 찾았다.
이렇게까지 독한 감독이 되려던 계획은 없었는데…….” 반드시 성장을 보여줘야 하는 ‘김태형 두산의 두 번째 시즌. 우승의 벅찬 감동에 취했던 그가 하루 만에 돌아온 현실의 도전과제가 그 만큼 무겁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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