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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하나 "활자를 진짜처럼…연기 자신감 생겼죠"
입력 2015-11-01 08:56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 허무혁 아내 수진 役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이하나(33)는 "팬들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동안 밝고 유쾌하며, 4차원적인 매력을 선보였던 그인데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에서는 약간은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라 팬들이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는 말에 대한 답이다. 비중도 그리 크진 않다.
이하나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순간, 내가 배우인데 편식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고민하긴 했으나 참여하기로 했다. "왜 난 피해가려고만 했을까요. 감독님들이 필요한 모든 역할을 잘해내는 게 배우로서의 몫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갈등은 짧게 했죠.(웃음)"
노덕 감독을 향한 믿음과 조정석, 김대명, 배성우 등 배우들과 즐겁게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 요인이었다. 특히 노덕 감독은 6, 7년 전부터 이하나에게 러브콜을 보냈었다. "항상 생각하고 있는 순위권 배우"였다는 것. 노덕 감독의 전작 '연애의 온도'도 제작 전 어려움을 겪을 때 1순위는 이하나였다. 여러 가지 사정상 결국 이하나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노덕 감독은 이하나를 머리에서 떠나 보내지 않았고, 차기작에서 함께하게 됐다.
그렇게 생각했던 여배우라면 예쁘게 그려져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극 중 이하나는 그리 예뻐 보이진 않는다. "그러네요?(웃음) 감독님이 여성스러운 면이 보이셨다고 하셨는데…. 감독님도 아마 고민 끝에 선택하셨을 거예요. 그런 스타일이시거든요. 저도 그런 스타일이고요. 이번에 욕도 해보고 좋죠 뭐. 하하.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허무혁 캐릭터에 빠져들었어요. 조정석씨가 연기하는 걸 보고 싶었거든요. 시사회 때 처음 보고 10분도 안 됐는데 정석 오빠한테 '기가 막히네요. 오빠 최고!!'라고 몇 번이나 말했나 몰라요.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는 게 대단하세요."
이하나는 "오빠와는 정말 밝은 역할로 다시 만나고 싶다"며 "멋지기도 하고 다양한 매력이 있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와 코드가 통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사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하니, "그런 건 아니고"라고 웃으며 "오빠는 항상 스마일맨 같은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솔직하다"고 칭찬했다.
'특종: 량첸살인기'는 특종인 줄 알았는데 오보, 그 오보를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고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는 상황에 맞닥뜨린 한 기자(조정석)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하나 캐릭터 입장에서 보면 부부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봄 직하다. 현실에서는 미혼인 이하나는 조정석과 별거 중인 부부로 나온다.
"결핍과 해소는 동시에 필요한 것 같아요. 선선해지기 전에 더웠잖아요? 선선해지니 좋아서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더웠던 날이 없으면 오늘이 좋은지 모르잖아요. 일할 때도 그렇고, 쉴 때도 너무 쉬면 불면증만 생기고요. 갈등과 해소라는 조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하나의 갈등 해결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다. "전 고양이과는 아니고 곰과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군가를 만날 때 고단수 매력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요. 수더분한 것, 편안한 걸 좋아하는 편이죠. 극 중 수진은 저하고는 달라요. 전 무슨 일이 있으면 진짜 솔직하게 다 얘기하거든요. 연애 하수 아니냐고요?(웃음) 하수가 되고 싶어요. 연애할 때, 그때그때 다르긴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모든 걸 다 오픈하거든요."
이하나 하면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여전히 앨범 발매에 대한 생각이 많다. 매일 음악을 듣고 영감을 떠오르게 한단다. "(배)성우 오빠도 평상시에 뭐하냐고 물어봤는데 전 음악 들어요. 아직 심심하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이 없거든요? 음악 하는 게 재미있나 봐요. 물론 앨범이 발매되고 시장에 나가면 다른 문제들 때문에 이렇게 음악하는 게 그리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해요. 그래도 다음에는 아마 앨범으로 인사드릴 것 같아요."
"최근 끝난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특종'을 끝내고 연기가 재미있어졌다"는 고백도 했다. "솔직히 항상 힘들다고만 얘기했는데 이제 열의가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착않여'와 '특종' 끝나고 연기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일종의 보물들이 많이 생겼어요. 눈물연기가 취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좋다고 칭찬해주기도 했어요. 다양한 감정이 풍부해졌나 봐요. 활자를 진짜로 믿게끔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습득한 걸 최근 끝난 단막극 '짝퉁 패밀리'에서 맘껏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너무 좋아서 단막극이라는 게 아쉽더라고요.(웃음)"
이하나는 곧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단막극에서 만족했지만 또 다른 텅 빈 마음이 들었다. 연기와 음악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리라. "나사를 더 조이고 싶다"고 한 그는, 인터뷰한지 시간이 좀 지났으니 최근 즐겨 듣고 있다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노래를 들으며 비행기에 타고 있거나 다른 어느 나라를 돌아다닐 것 같다. 그러곤 몇 달 뒤 앨범을 들고 나타나지 않을까.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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