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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가 된 삼성, 겉은 웃어도 속은 끓는다
입력 2015-11-01 06:01 
삼성은 2000년대 들어 흥미로운 우승 법칙을 갖고 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후 이듬해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등과 2등, 한 계단 차이지만 어마어마한 차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오직 1등에게만 쏠린다. 류중일 감독의 이야기처럼 프로는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 오직 1등만이 반짝반짝 빛날 뿐이다.
격세지감이다. 1년 전만 해도 시상대에 올라 흩날리는 꽃가루 속에 헹가래를 하고 트로피에 키스 세리머니를 했던 건 그 누구도 아닌 삼성이었다. 그 풍경을 쓸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물론, ‘아름다운 패자였다. 삼성 선수들은 떠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3루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두산의 우승 시상을 축하해줬다. 두산에 보내는 삼성의 박수는 ‘진심이 담겨있다.
아시아시리즈 우승 당시 소프트뱅크의 축하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류중일 감독이었다. 훗날 그런 기회가 오면, 그런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류 감독은 두산의 우승 시상식이 끝난 뒤 김태형 감독을 찾아가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진심을 담아 축하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을 터. 또한, 축하와 별개로 ‘패자의 심정은 쓰라렸을 것이다. 류 감독은 비참하다”라는 표현으로 선수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그렇게 속이 끓었을 것이다. ‘두고 보자라는 각오와 함께.
삼성은 더 이상 챔피언이 아니다. 4년째 들었던 그 칭호는 이제 두산이 가져갔다. 그리고 삼성은 두산 외 다른 8개 구단과 마찬가지로 ‘도전자가 됐다. 남들처럼 동일 선상에 서게 됐다. 이제 두산의 아성을 무너뜨려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익숙하지 않지만 안 해봤던 건 아니다. 그리고 준우승은 오히려 우승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삼성은 한국시리즈 준우승 그 이듬해 한 번도 우승으로 놓치지 않았다. ‘No.2는 딱 1년이었다. 2001년, 2004년, 그리고 2010년. 두산은 정상을 눈앞에 두고 땅을 쳤지만 그 한을 1년 뒤 풀었다. 들끓으며 결연한 의지는 삼성을 더욱 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요상하나 흥미로운 ‘우승 법칙을 성립했다.
삼성은 지난 10월 31일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확정된 뒤 자리를 떠나지 않고 두산의 우승을 축하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1년 뒤를 기약했을 것이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그렇다면, 이 공식대로 1년 뒤 삼성은 다시 우승트로피를 차지할까. 그렇게 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는 ‘새로운 도전자다. 올해는 하지 못했던 삼성 야구를 보여주고 싶은 갈망 또한 크다. 믿는 도끼에 여러 번 찍혔지만, 결국 그 믿는 도끼를 마음껏 휘둘러야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삼성은 침통했다. 스스로를 되돌아 봤을 때 납득할 수가 없었다. 완패였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며 1년 뒤를 기약했다. 진짜 ‘두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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