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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3] 가을비의 시샘, 두 번은 심했나? 뒤바뀐 명암
입력 2015-10-29 22:24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은 1회말과 3회초, 두 차례에 걸쳐 우천 중단됐다.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숨을 고른 장원준은 더욱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대구에서 서울로 무대를 옮겨 치르는 첫 판. 1승 1패 후 두 번째 승리를 가지려는 삼성과 두산의 의지는 강했다. 그로 인해 그라운드 열기는 뜨거웠는데 너무 뜨거웠기 때문일까. 하늘은 두 차례나 거센 빗줄기로 열기를 식혔다.
흐름은 삼성과 두산의 공격에서 한 번씩 끊겼다. 다시 필드로 나가기까지 기다림의 시간도 꽤 길었다. 처음(1회말 무사)에는 20분, 그 다음(3회초 2사)도 32분이 소요됐다. 이날 오후 서울에 비 예보가 있었으나 예상보다 ‘긴 중단이었다.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흐름이란 건 매우 중요하다. 선수들의 컨디션에 미묘한 변화를 주니 자연스레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이는 투수일 터. 땀과 함께 어깨가 식으면서 이전 같은 공을 던지기가 쉽지 않다. 준플레이오프 넥센-두산 2차전의 8회초, 노경은을 떠올리면 쉬울 듯. 노경은은 33분간 쉰 뒤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으나 제구 난조로 박동원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결국 강판됐다.
불펜 가용 자원이 원활하지 않은 두 팀이었기 때문에 투수 교체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게다가 초반이었다. 1회와 3회, 제구 및 구위 난조도 없는 데다 대량 실점하지도 않은 투수를 일찍 바꿀 이유는 없었다. 강행이었다.
그런 점에서 장원준과 클로이드, 두 선발투수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1회말 시작과 함께 20분이 중단됐다. 클로이드는 공 5개만 던졌을 뿐. 그러나 재개된 뒤에도 투구수는 5개였다. 병살타를 포함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장원준에겐 ‘필요한 쉼표였다. 1회 내야안타와 폭투로 맞이하더니 너무 쉽게 실점했다. 비로 인해 숨을 고른 장원준은 예의 위력투를 되찾았다.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2회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았을 뿐. 1회초에만 5타자를 상대로 29개의 공을 던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쾌속 행진이었다. 3회초 2사 후 32분이 중단됐지만, ‘한 번 당했던 나바로를 공 4개로 아웃 처리.

그러나 이 두 번째 중단은 마운드 위의 장원준보다 더그아웃 안의 클로이드에 영향을 끼쳤다. 병살타 유도로 1,2회를 막았던 클로이드는 3회부터 제구가 흔들렸다. 볼이 부쩍 많아졌다. 3회 만루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4회 박건우에게 2타점 역전타를 허용하더니 5회에도 1점을 더 내줬다.
자초한 위기였다. 4사구 6개(+안타 1개)로 주자를 잇달아 내보내더니 결국 한방을 맞은 셈이었다. 클로이드는 2회까지 투구수가 22구에 불과했지만 3회부터 5회까지 무려 74개의 공을 던졌다.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은 1회말과 3회초, 두 차례에 걸쳐 우천 중단됐다.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 클로이드는 흐름이 끊기면서 3회 이후 4사구 남발로 급격히 흔들렸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초반 매우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올해 ‘가을사나이로 다시 태어난 장원준은 준플레이오프 및 플레이오프의 호투를 한국시리즈까지 이어갔다. 한국시리즈 데뷔 무대였는데, 2회 이후부터 무결점 투구였다. 7⅔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클로이드도 장원준에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울기는 3회 이후 쏠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우천 중단 이후 급격히 바뀌었다. 이에 따라 삼성은 3경기 연속 선발투수가 두산보다 먼저 강판됐다. 투구 내용도 상대적으로 더 나빴다. 5이닝 5피안타 5볼넷 1사구 3탈삼진 3실점. 이날 따라 비가 원망스런 클로이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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