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벌금 꿔주는 ‘장발장은행’ 출범 8개월 後…
입력 2015-10-29 17:14  | 수정 2015-10-29 17:23

# J모(36·여) 씨는 3년 전 지인의 소개로 강원도 정선의 한 다방에서 일했다. 배달만 하는 조건으로 시작했으나 다방 업주는 선불금 300만원을 미끼로 J씨에게 성매매를 요구했다. 겁먹은 J씨가 일을 그만두자 업주는 돈을 갚지 않는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J씨는 경찰조사에서 이 같은 상황을 이야기 했고, 이에 경찰은그냥 사정이 어려워서 그랬다”라고 하면 소액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원은 J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판사는 벌금을 내지 않으면 하루에 10만원씩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했다. J씨는 장발장은행 대출신청서에 누군가에게는 100만원이 적은 돈이겠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큰 돈”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벌금을 낼 돈이 없는 극빈층에게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이 문을 연지 8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장발장은행은 시민단체 인권연대가 벌여온 ‘43199 캠페인의 연장선상에서 올해 2월 25일 설립됐다. ‘43199는 2009년 기준 1년에 벌금형 선고를 받고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의 수다.
그동안 장발장은행은 257명에게 대출해줘 구치소행을 면하게 해주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들어오는 성금액 보다 대출금이 많아져서 더 이상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10월 29일 기준으로 4억 5797만원의 모금액이 들어와 257명에게 4억 9668만원을 대출한 상태라, 그 다음 대출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 요원하다.
장발장은행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의 성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대출금 규모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가능한 한 단 한명이라도 더 지원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권연대는 소득에 비례한 벌금과 벌금 나눠내기, 벌금 납부기한 연장, 교도소·구치소 대신 사회노역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제안 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변화는 없는 상태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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