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독] 교보문고, ‘출판계 상생’ 위해 공급률 조정한다
입력 2015-10-29 13:33  | 수정 2015-10-29 16:36
교보문고 광화문점 [매경DB]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대표 허정도)가 출판계의 상생을 위해 공급률 조정에 나선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책값의 정가 대비 비율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온라인은 평균 60%선, 오프라인은 평균 70%선에 책을 구매하던 것을 온·오프라인 통합 70%선으로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책을 사는 가격을 높여 출판사와 작가들에게 지급되는 이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대형서점과 출판사 사이에서 공급률 조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 걸 감안하면, 향후 출판시장 지형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민기 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장은 온·오프라인의 계약 기준이 다르니 계약서를 2개를 쓰게되는 비효율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고민하다가 출판계 상생을 위해 오프라인 기준으로 통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는 기존의 어음결제 관행도 전액 현금결제로 바꾼다.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출판사들의 숨통을 틔어줄 수 있는 파격적인 조치인 셈이다. 그간 오프라인 서점은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어음결제 관행을 유지해왔다.
오는 11월 21일 도서정가제 개정 1년을 앞두고, 출판계의 ‘뜨거운 감자는 공급률 조정이었다. 신간은 19%, 구간은 무제한으로 할인이 가능하던 책값이 15%로 일률적으로 묶이면서, 지난 1년간 독자들의 책구매가 대폭 줄었다. 하지만 대형서점은 할인폭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오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정가제의 나비효과로 독자는 비싼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고, 출판사의 이익도 줄어드는동안 서점의 이익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에 출판사들은 각개전투로 서점과 공급률을 올리기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대형서점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에 한국출판인회의는 정가제 1주년을 맞아 단체로 공급률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도서정가제 시행 1년을 앞두고 회원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공급률에 대한 설문조사와 연구 용역까지 의뢰했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년, 도서유통 정상화를 위한 출판사 실태조사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매출액 변화, 완전 도서정가제의 필요성 등에 대한 설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공급률에 대한 설문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공급률 관련 연구용역의 결과는 11월 초 발표된다.

윤철호 출판인회의 회장은 조사 결과 공급률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 경우 출판인회의 차원에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교보문고의 대승적 양보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좋은 책을 만들수 있을 여력이 생길 것 같다. 이번 일을 바탕으로 출판계에서는 향후 70%선에 공급해온 지역서점의 공급률을 낮춰 줄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에게도 이익은 돌아온다. 공급률이 조정되면 출판사의 이익이 늘어 책값의 조정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 관심사는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기타 온라인서점의 대응이다. 출판인회의에서 단체로 공급률 협상에 나서면, 기존과는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서점가 맏형의 양보로 한층 더 불리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의 매출이 65% 가량으로 큰 교보문고의 경우 공급률 조정의 여력이 있지만, 온라인서점은 사정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온라인서점 대표는 운송료와 막대하게 소요되는 마케팅비로 인해 책을 한권 팔아서 100원을 남기기도 어려운 구조다. 출판사의 공급률 조정 요구에 일리는 있지만, 온라인서점도 여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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