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800조원 `통장 大이동`…은행권 들썩
입력 2015-10-28 17:50  | 수정 2015-10-29 00:09
직장인 김 모씨(36)는 매달 25일이면 월급통장인 우리은행에서 일부 금액을 카드결제 계좌와 연결돼 있는 신한은행으로 옮긴다. 매번 계좌이체하는 일이 번거롭지만 은행 지점 방문을 계속 미루면서 그냥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더 이상 이런 불편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일부터 은행권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계좌를 지정하면 다른 통장과 연계된 각종 자동이체 납부 계좌를 한꺼번에 주거래 통장으로 이동하도록 간소화한 제도다.
2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자동이체 건수는 26억1000만건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8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장이다. 은행들은 800조원대 자동이체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자동이체 통장을 잃으면 예금과 대출에까지 영향이 미친다"며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다른 은행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출시한 상품은 급여이체나 자동이체 등 요건을 만족하면 현금입출금기(ATM) 이체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이 지난 7월 31일 출시한 'KB국민ONE통장'은 27일 현재 7177억원을 모았다. 공과금 이체나 KB카드 결제 실적이 1건만 있어도 자동이체 등 수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7월 14일 내놓은 신한 주거래 통장 성적은 더 뛰어나다. 27일까지 2조7234억원이 누적됐다. 신한 주거래 통장은 기존 직장인 우대통장과 통합한 주거래 우대통장과 주거래 미래설계통장 등 2개로 구성돼 있다. 신한은행의 주거래 통장은 급여이체와 카드 결제, 공과금 자동이체 고객 등에게 전자금융수수료, 인출·타행이체수수료 우대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주거래 통장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출시한 우리은행의 주력 상품은 '우리웰리치주거래통장'이다. 입출금식통장과 대출, 신용카드 등으로 꾸려진 이 통장에는 27일까지 1조7318억원이나 몰렸다. 또 우리은행은 급여나 공과금 이체 등 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연 0.7%의 대출 우대 금리를 준다. 주거래 고객이면 서류 없이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KEB하나은행의 '행복Knowhow(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은 이달 27일 현재 2조2758억원이 쌓였다. KEB하나은행은 부가서비스에도 신경을 썼다.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거나 공과금 이체를 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적립 포인트를 준다.
개인 고객 유치에 힘을 모으고 있는 IBK기업은행도 지난 7월 주거래 고객에게 우대 혜택을 강화한 패키지 예금상품 'IBK평생한가족통장'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이 통장의 입출식, 적립식, 거치식 상품을 모두 가입하면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를 무료로 증정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출시한 'NH주거래우대 패키지 상품' 가입자에게 OTP나 NH안심보안카드를 무료로 제공한다. NH올원카드 전 가맹점에서 2만원 이상 이용 시 이용액의 0.7~0.9%(체크카드 0.2~0.4%)를 적립해준다.
[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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