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일정상회의 전문가 조언 "경제·안보 분리대응 해야"
입력 2015-10-28 16:54  | 수정 2015-10-28 16:55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의 첫 정상회담이 다음 달 2일 열리게 됨에 따라 경색 국면이 계속되던 한일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경제·안보 문제는 과거사와 분리대응하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섣부른 타협은 시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다만 진통 끝에 어렵사리 성사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협력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며 정상회담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위기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일본연구소장·매경 명예기자)는 28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우리는 과거사 문제를 많이 이야기하는 회담을 원하겠지만 일본 쪽에서는 웬만하면 (과거사) 이야기를 적게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거사는 당연히 이번 회담의 주요한 의제지만 이 부분에만 집중된 회담은 서로에게도 부담일 것이고 잘 맞지도 않을 것”이라면서도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잡고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최종적이고 확실한 해법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과거사 문제를 풀어내는 명확한 진로를 잡으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의 입을 통해 명확한 설명을 듣고 박 대통령도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계기로 양국간 역사·안보 문제를 제외한 경제·사회·문화 부문에 대해서는 한·일 교류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전향적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간 (비정치적) 교류는 아무리 확대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발표에 대해 일본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경색됐던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찾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아사바 유키 니가타현립대 대학원 국제지역학연구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거나 덕담을 주고 받는 결과가 도출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한일 관계 비정상화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양국이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신뢰가 깨진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만났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차분하게 개선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일 양국의 국내 여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동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한일관계 있어 과거사를 안보·경제 문제와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렉외교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안보·경제만 협력한다는 것은 결국 일본에만 편리한 논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내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섣부른 타협보다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내 여론조사도 보수우익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양보할 필요가 없다(60%, 닛케이 조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베 정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반의 예상을 깬 발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총리가 직접 나서 해결의지를 천명하는 것으로 고착상태에 빠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에 추진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아베 총리를 초청한 박 대통령의 ‘표정외교도 관심사다. 지난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반갑게 악수를 했지만 아베 총리는 외면한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박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굳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박 대통령이 의장국가의 정상으로서 일본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이미지와 표정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본다”면서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반갑게 맞이할텐데 일본아베 총리에 경직된 표정을 지으면 미국과 전세계가 어떻게 볼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김기정 기자 /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