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요즘 교도소는 깨끗한 화장실에 TV까지…“가장 두려운 건 무력감”
입력 2015-10-28 16:46  | 수정 2015-10-28 17:48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는 붉은색 재소자복이었는데, 눈 앞에 놓여진 건 하늘색이다. ‘왜 푸른 수의를 줬냐고 교도관에게 물었다. 흰 바탕의 검은 글씨 명찰은 일반 수용자를 상징한다. 파란 바탕은 마약사범이고 황색 바탕은 강력범죄자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형수는 붉은 명찰을 단다”고도 했다.
수의 상의 왼쪽 가슴에는 ‘3중4, 오른쪽에는 ‘7013 명찰이 달려있다.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니 서울남부교도소(서울 구로구 소재) 3동 중간층(2층) 4번째 방에 들어온 7013번 수형자란 뜻”이라고 교도관이 설명했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것이다.
4평이 채 안되는 12.1㎡의 감방에 3명이 들어갔다. 조금 답답했다. 5명까지도 수용 가능한 방인데 3명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2명 더 들어왔다면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을 뻔 했다.
서울남부교도소는 전국의 교정시설 중 가장 최근에 문을 연 곳이라 모든 시설이 최신식이다. 방이 작다는 것 외에는 깨끗한 ‘고시원 느낌으로 화장실도 비교적 청결했다. 무엇보다 수세식 양변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에 안도했다. 영화에서처럼 푸세식 화장실이 아니라 쪼그려 앉을 필요가 없었다. 화장실 윗부분은 유리창이었다. 혹시나 발생할 사고에 대비해 밖에서 감시할 수 있도록 일부러 고안한 듯 했다.

감방 한 켠에 TV가 설치돼 있었다. 그렇지만 원하는 시간에 재밌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호사(?)는 누릴 수 없었다. 재소자들은 ‘교정방송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폭력성과 같은 반사회성을 자극할 만한 영화나 방송은 시청할 수 없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육아 관련 프로그램이나 교화 목적을 달성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라는 뜻에서 뉴스도 나온다.
방송을 보는 것도 이내 지루해진다. 점심시간이 됐다. ‘콩밥을 먹을까 싶었는데 기대(?)는 잠깐, 콩밥이 없다. 점심 메뉴는 제육볶음이다. 아욱된장국과 쌈장, 배추김치가 함께 나왔다. 비교적 최근에 군생활을 마친 터라 소위 말하는 군대 ‘짬밥과 비교할 수 있었다. 반찬 가짓수가 적다는 점을 빼고는 군대 급식 보다 맛있다. 중·고등학교 급식과 견줘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았다. 저녁에는 꽁치가 올라왔다. 감자샐러드가 순두부 김치찌개와 같이 나왔다. 단백질,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등 영양소 배분이 식단마다 적절히 되고 있었다.
사실 콩밥이 나오지 않은지는 꽤 됐다. 정부는 지난해 6월 ‘형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고 전국의 재소자에게 흰쌀밥을 제공하고 있다. 1986년까지 콩밥을 제공하다가 이후 보리와 잡곡을 섞은 혼합식을 배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잡곡 가격 상승 등과 맞물려 정부가 더 이상 저가에 보리 등을 매입할 수 없게 되자 식단 자체를 바꿔버렸다. 콩은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식자재이기도 했는데, 점심 제육볶음과 저녁 꽁치에서 볼 수 있듯 동물성 단백질을 넉넉히 식단에 섞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단백질 보충원으로서의 콩의 가치도 많이 떨어졌다.
오후 8시, 드디어 교도소를 나갈 시간이다. 간단한 출소 절차를 걸쳐 교도소를 나설 수 있었다. 교도관들은 죄수 체험을 마친 기자의 손을 잡고 다시는 들어오지 말라”며 인사를 건네고 악수했다. 몸이 고생이라는 항간의 소문과 달리 고되지 않았다. 그 보단 기다림과 지루함에서 비롯되는 무력감이 수형생활의 가장 큰 적이었다.
법무부(장관 김현웅)는 28일 70주년 ‘교정의 날을 맞아 기념식을 열고 전국 교정기관에서는 모범수형자 436명을 가석방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언론에 실제 교도소 감방을 공개하고 수형자들의 환경을 체험하는 행사를 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70년 동안 수용환경 개선과 처우의 전문화, 다양한 교육교화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수용자 인권보호와 성공적 사회복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며 앞으로도 ‘반듯한 사회, 행복한 국민을 위한 믿음의 법치 구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태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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