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장, 즉 의료산업은 크게 의료서비스(75%), 의약품(15%), 의료기기(5%), 의료소모품(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의료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의료서비스시장은 주로 자국민의 진료를 위한 공공재 성격이 강해 성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일부 의료선진국은 외국인 환자유치(의료관광)를 통해 별도의 진료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이 역시 성장에 한계가 있다.
결국 의료산업의 성패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달려있다. 플런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의료시장(산업)은 6조 1500억달러(2013년기준)로 전세계 GDP의 8.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의료시장 규모는 의료서비스,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포함해 약 100조원(약 900억달러)으로 세계 의료시장의 약 1.5%를 차지한다.
각국은 세계 의료시장 선점을 위해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 동안 정부는 의료시스템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면서 의료수출때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함께 진출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려해 국내 의료인의 자격인정, 의약품 의료기기 제품허가 상호인정협정 체결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리고 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약 3240억달러(2013년 기준)로 의약품시장(9910억달러)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의료기 시장은 GE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 도시바, 히타치, 존슨앤드존슨메디칼, 로슈 등 미국, 유럽, 일본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특히 초고가 및 최첨단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GE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 등 ‘빅3글로벌기업이 총 매출액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6.4%의 성장세를 이어가 5700억달러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는 세계 반도체시장(3932억달러·2013년)과 맞먹는 규모다. 우리나라의 세계 의료시장 점유율은 약 1.3%(3240억달러중 약 43억달러)를 차지하고 투자 역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시장은 5조 1076억원(약 43억달러)으로 미국(1338억달러), 일본(310억달러), 독일(268억달러), 중국(187억달러) 등에 이어 세계 11위권이다.
황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의료기기 시장은 일단 주도권을 확보하면 진입장벽과 소비자의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매우 매력적인 분야”라며 우리나라는 새로운 국산 의료기기가 나올 수 있도록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기기 생산실적은 지난 10년간 1조 5000억원(2004년)에서 4조 6000억원(2014년)으로 가파른 속도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의료기기중 59%는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전세계 206개국중 198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기기 수출은 24억 4000만달러, 수입은 29억 7000만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기업과 병원의 R&D연계시스템 구축 △해외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 지원 △개방혁신형 생태계 구축 등을 통해 2조 5000억원 규모인 국내 의료기기 수출액을 2020년까지 13조 5000억원으로 5배이상 늘려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헬스케어시장은 인구고령화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의료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진단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업계의 연구개발(R&D)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R&D투자 상위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전년대비 4.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율 2.7%보다 약 2%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세계 R&D 투자 상위 10대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54.5억유로(약 6조 8000억원)로 매출액대비 3.4%에 해당한다.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곳은 메드트로닉(미국)으로 10억 7100만유로였고 박스터 인터내셔널(8억 5100만유로), 보스턴 사이언티픽(6억 2400만유로), ST 주드 메디컬(5억 100만유로), 올림푸스(4억 6000만유로), 칼 자이스(4억 2000만유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글로벌 의료기기회사들은 사용자 중심과 소비자 맞춤형, 모바일 등의 미래 키워드로 손꼽히는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황휘 회장은국내 의료기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 또한 높은 연구개발비와 신흥시장 확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