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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천희 "아내가 제 연기 행복해 보였대요"
입력 2015-10-27 10:39  | 수정 2015-10-27 10:44
영화 '돌연변이', 생선인간 취재하는 인턴 카메라 기자 상원 役
"문제 현실에 목소리? 공감하고 배울 수 있는 영화에 참여할 뿐"
"박보영, 저 챙겨주는 것만도 행복했죠"
"이광수, 영민한 것 같아요…역시 아시아 프린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박구가 돌연변이가 아니라 이 사회가 돌연변이화 되어 가는 게 아닐까요."
배우 이천희(36)는 "영화 '돌연변이'가 이 사회에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짚었다. 청년실업 문제가 정면으로 드러나 있는 영화 출연. 문제적 사회 현실에 목소리를 내기 위한 선택일까. 앞서 그는 아동 인신매매를 다룬 저예산 영화 '바비', 과거의 아픈 이야기 '남영동 1985'에도 출연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길을 걷는 듯해 보인다.
"의도한 건 아니에요. '내가 배우니깐 작품으로 보여줘야 해'라는 생각도 아니었고요. 내가 몰랐던 일을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죠. '이런 이야기라면 연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일 뿐이에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웃음)"
무거운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지만 이천희는 공감하는 바가 컸고, 촬영이 즐거웠다. 영화를 이끄는 화자, 주인공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천희는 "'스파이더맨' 같은 SF 판타지보다 현실에 맞닿은, 공감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자연스럽게 그런 감정이 됐다"고 했다. 그는 '남영동1985' 때도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고문할 수 있느냐"고 따지듯 물었던 바 있다. 이천희는 "그때 '각성해야 합니다'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라며 "'돌연변이'도 사회적 문제에 공감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우리가 원하는 건데 왜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힘든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돌연변이'는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박구(이광수)가 세상의 관심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가 제약회사의 음모로 세상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천희는 생선인간을 취재해 오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취재에 나선 방송사 인턴 카메라 기자 상원 역을 맡았다.
"관객이 처음에는 생선인간이 된 박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 '박구가 인간 본연의 모습이고 그 주변인이 돌연변이화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저도 '돌연변이가 아닌 사람이 박구뿐 아닌가?' 싶었죠. 감독님은 '몸이 변해가는 신체적 돌연변이가 박구라면, 사회적으로는 상원이 돌연변이 아니었나, 이 사회가 돌연변이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큰 이야기를 다루려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즐겁게 촬영하는 이천희를 보고 아내 전혜진도 응원했다. 이천희는 아내가 '돌연변이' 팀과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현장을 함께했다. 전혜진은 영화 속 아나운서 내레이션을 무보수로 참여하기도 했다.
"제가 촬영 때부터 즐겁고 행복해 보였대요. 영화를 보고 나서는 혜진이가 '쉽지 않은 연기라 고생했겠다'고, '계속 중심 잃지 않고 끌고 가는 모습 힘들었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영화에 참여한 것 같아서, 왜 행복해 보였는지 이유를 알겠더라'며 부러워했어요. 기분 좋았죠."
청년실업을 정면으로 다룬 이 영화에 참여하며 데뷔 전 '알바'의 경험도 떠오를 법도 하다. "사실 서빙 같은 아르바이트는 한 적 없어요.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엑스트라나 동물 탈 쓰고 알바를 한 적은 있어요. 또 키도 크니깐 모델 일도 용돈벌이 식으로 했죠. 그런데 무대 위에 내 모습이 멋져 보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잠깐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잊어버릴 정도로 캣워크가 좋더라고요.(웃음)"
욕하고 자신을 심하게 대하는 박보영에게 실망하진 않았을까? 이천희는 고개를 저었다. 박보영하고 연기 호흡이 즐겁기만 했단다.
"'병신이야'라는 대사도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보영이는 '오빠 미안해요' 하는데 '아냐, 괜찮아. 난 욕 먹어도 싸'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재미있었어요. 현장에서 보영이가 챙겨주는 것만도 좋던데요? 휴식 시간에 항상 놓여있던 과자도 보영이가 챙겨놨던 거래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어쩐지 지금까지 먹은 과자 맛과는 완전히 다르게 맛있더라고요. 하하."
'돌연변이'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다녀왔다. 이천희도 외국영화제 참석은 처음이다. 영화제 참석도 참석이지만, 관객들이 사회 문제를 공감한 게 가장 큰 만족이자 행복이었다.
이천희는 "이 이야기가 한국 사회 문제만 깊이 있게 다뤘다면 공감 못했을 것 같은데 아니더라"며 "분위기를 잘 따라갔다. 지금 전세계가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것 아니었을까. 청년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좋았다"고 전했다.
또 하나 놀라웠던 건 이광수의 인기다. 아시아 팬들이 엄청나게 몰렸다. 상영회가 끝나고는 조직위원회 측에서 경호원들을 이용해 울타리를 쳐야 할 정도였다. "사람들이 그렇게 몰려 있는 건 처음 봤어요. 광수에게 "광수야, 너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영화제 관계자들도 처음 보는 아시아 배우 3명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니깐 깜짝 놀란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왠지 '한국영화가 이 정도야!'처럼 느껴졌다고 하면 과장인가요?(웃음) 광수의 인기 덕분인 건 알지만, 그래도 한국영화를 향한 시선이 바뀐 것 같아서 기분은 좋더라고요. 또 '돌연변이'를 보고 나서도 사람들이 저를 향한 박수 소리도 달라져서 뿌듯하기도 했죠.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광수가 부러운 건 아닐까. "저는 과거에 '패밀리가 떴다'를 1년 하면서 '엉성' 천희가 됐어요. 광수는 '런닝맨'을 5년 동안 하고 있잖아요. 연기할 때는 또 도전도 많이 하고 잘하잖아요. 영민해요. 전 버겁다고 느꼈는데 광수는 잘하고 있어요. '아시아 프린스'는 역시 다르더라고요."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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