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연준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드는 의문 하나. 60년 가까이 된 필립스곡선을 얼마나 믿어야 하느냐다. 고용과 물가 상관관계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필립스 곡선은 연준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주요 잣대중 하나인 ‘필립스곡선 신뢰성을 뉴욕타임스가 25일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미국의 대표 언론뿐만 아니다.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 일부 연준 이사들도 현실 경제와 엇박자를 내는 필립스곡선 유효성에 잇따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는 필립스곡선이 지난 10년간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채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는 노동시장 개선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판단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CNBC도 최근 실업률이 5.1%까지 떨어졌지만 임금 상승 기조는 여전히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학자 필립스가 지난 58년 발표한 고전적 경제이론인 필립스곡선은 ‘실업률과 임금상승률은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노동자 품귀 현상이 발생해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옐런 의장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를 통해 노동시장이 좀 더 개선되면 인플레이션은 점차 2% 목표치를 향해 올라갈 것”이라며 필립스곡선 원칙을 고수했다. 실업률 하락으로 결국 연준이 목표로 하는 연간 물가상승률 2% 달성이 시간문제인 만큼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옐런 의장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5.1%선까지 확 떨어졌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은 바닥을 맴돌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 하락했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데 그쳤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물가가 오른다는 필립스 곡선 논리가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인상 근거로 내세우는 고용지표 개선만으로는 금리인상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25일 CNN에 출연, 옐런이 힘든 결정을 하게 됐다”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취약성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주말 현재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37.4%에 그쳤다. 27~28일 이틀간 열리는 10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상 할 가능성은 8%에 불과한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년 1월은 44.9%, 내년 3월은 59.3%로 나타났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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