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불황에 전당포 찾는 사람들…신발까지 담보로 돈 빌려
입력 2015-10-25 08:20 
강남 한 전당포에 급전 대출 담보로 맡겨진 구두.

불황에 전당포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은행과 달리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데다 담보가 될 만한 것만 있으면 급전을 융통해 주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마땅한 직업이 없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도 경기침체 속 전당포 특수(特需)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3일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전당포는 1088개다. 자본금이 영세한 몇몇 곳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영향으로 문을 닫고 있지만 일부는 불황을 업고 프렌차이즈화 추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본사를 둔 마이파이낸셜대부(마이쩐)는 2013년 3월 4명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 34개 지점에 직원 88명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올 7월에는 필리핀까지 진출했다.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 잡은 강남캐피탈대부 역시 제휴를 맺어 영업권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 광주, 대구, 부산까지 전국구다.
불황속 전당포 부활은 대출 문턱이 낮은 것도 있지만 이미지 변신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5~6년전만 해도 전당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시장 깊숙 허름한 건물 한켠 철조망이 쳐진 삭막한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지역 전당포 몇몇을 둘러보면 대부분 대로변에 있다. 강남캐피탈대부, 마이파이낸셜대부, 디오아시스대부, 착한전당포 등은 모두 시야가 트인 곳에 자리 잡았다. 허름한 골목에서 겨우 어두침침한 간판을 찾아볼 수 있었던 과거 모습과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내부는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일하는 사람들은 은행 직원처럼 모두 정장 차림이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당포를 찾는 여성 비중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전당포에서 급전을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은행처럼 까다롭지 않아서다. 신발, 자전거, 오토바이, 양주, 와인, 냉장고, 시계, 가방, 옷, 노트북, 라디오, 안경, 공장기계 심지어 훈장까지 담보만 있으면 신용도는 중요하지 않다. 직업이 없어도 신용등급이 낮아도 담보만 있으면 이곳에서는 곧 신용으로 통한다. 이자률이 월 2.9%(연 34.8%)로 높음에도 전당포가 호황을 누리는 까닭으로 보인다.
영업방식 변화도 전당포 호황을 이끌고 있다. 과거에는 전당포를 방문해야 급전을 쓸 수 있었다면 지금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전당포가 찾아간다. 전화 한 통이면 어디든 찾아가 만난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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