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그룹(신한·KB·하나·농협)이 올 3분기 초저금리 기조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단 업계 일각에선 금융권이 올 연말 대규모 인사 교체를 앞두고 3분기에 반영될 부실을 인사에 반영되지 않는 4분기 실적으로 미룬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말인사의 기초자료가 되는 성과평가(KPI)가 주로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적용되는 만큼 예상외 호실적이 실제론 포장된 ‘허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농협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총 1조5188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323억원을 벌어들인 것보다 0.88% 정도 감소한 수치다. 총 당기순이익은 다소 줄었지만 올들어 초저금리로 인해 금융권 전체의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먼저 신한금융지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깜짝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6790억원의 순이익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6320억원)보다 7.4% 늘었다. NIM 감소로 이자이익은 감소했지만 적정대출 성장과 대손충당금 감소 등으로 전체 이익은 되려 늘어났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준수한 성적을 냈다. 농협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8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80억원)에 비해 2.64% 증가했다.
농협금융이 3분기 실적에서 선방한 것은 NH생명과 NH투자증권의 덕이 컸다. NH생명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4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어났다. NH투자증권은 645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우리투자증권 합병 전인 NH농협증권 시절 지난해 3분기 순이익(129억원)의 약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신한·농협과 달리 KB·하나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B금융지주의 올 3분기 순이익은 4071억원으로 전년동기(4463억원)보다 8.78% 감소했다. 포스코 주가하락으로 인한 교환주식 손실과 급격한 환율 변동 등이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도 약 2500억원을 벌어들이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기간(2760억원)에 비해 그룹 순이익이 9.4%나 감소했다. 하나금융 역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과 외환은행 통합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실적 하락의 주범으로 꼽힌다.
비교적 양호한 3분기 실적과 달리 4분기에는 대규모 ‘어닝 쇼크로 인해 금융그룹별 분위기가 극명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은행들이 가진 기업여신 가운데 부실화된 채권을 4분기 실적에 손실로 떨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각 은행들이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점도 실적에 큰 부담을 주는 요소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연말에 집중적으로 쌓는 은행이 많다”며 3분기 실적 선방은 여전히 순이자마진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폭탄돌리기를 한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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