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지금 송전혁명 도전 중 ‘초고압직류송전’ 당진-평택구간 매설 결정

한국전력이 세계 최대 규모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을 통한 ‘송전 혁명에 나섰다. 한전은 서해안에서 생산한 전기를 평택 고덕산업단지까지 끌어 오기위한 ‘충남 북당진변환소~경기 평택 고덕변환소 35㎞ 구간에 송전탑을 세우지 않고 땅 밑으로 HVDC 케이블을 매설키로 했다. 육상(지중)에 직류송전망을 까는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3월 육상 직류송전망 공사에 착공해 현재 변환소 골조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LS전선은 이미 동해공장에서 500kV급 HVDC 케이블을 만들어 최종 성능 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8년 6월까지 완공될 예정으로 송전망을 통해 1.5기가와트 전력이 공급된다. 전력 대부분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서 쓰일 예정이다.
한전이 국내 최초로 북당진~고덕 구간에 육상 직류송전망을 도입하는 주된 이유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의 입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과 물과 전기, 사람(엔지니어)이다.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고품질의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공급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평택 고덕단지 반도체공장에 기존 15조6000억원 외에 추가로 10조 안팎을 더 투자해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력당국에 1.0기가와트 이상의 추가적인 전력공급을 요구했고, 한전은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송전망으로 ‘HVDC 카드를 빼들었다.

직류송전망은 전체 송전망에 영향을 주지 않고 원하는 곳에 원하는 전력을 직접 보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일정 거리 이상을 송전할 경우 중간에 새어나가는 전력 손실이 교류송전에 비해 적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워낙 전기가 많이 들어가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할 경우 일반 교류송전망을 활용하면 전력의 안정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교류송전망의 전기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추가 설비를 증설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직류망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 나라 안에서 송전망은 대부분 교류전기를 활용한다. 국가 전력망 곳곳에 일정한 전압과 품질의 전기를 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류로 만들어진 고압전기를 직류로 바꿨다가 다시 교류로 바꾸는 변환기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교류송전망에선 전압을 높이고 낮추는 변전소가 필요한 반면 직류 송전망에선 직류와 교류를 바꿔주는 ‘변환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류송전망이 교류송전망을 대체하는 트렌드가 뚜렷하다. 삼성반도체 공장같은 중요 산업시설이나 육지서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은 직류로 송전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 안보와 블랙아웃(대정전) 위험관리를 위해서 국가간 송전망은 100% 직류송전을 활용한다.
한국전력이 북당진~고덕 간 육상 직류송전망에 도전한 것은 새롭게 커지고 있는 직류송전망 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장기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통일 전후 북한에 전력을 보내거나,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주장했던 한중일 전력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에서도 직류송전망을 쓸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한중일 스마트그리드 작업을 개시할 경우 송전망은 500kV급 HVDC가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번에 LS전선과 함께 진행중인 육상 직류송전망과 같은 방식이다.
아직 한국전력은 직류·교류 변환기술과 시공능력 면에서 직류송전망 기술독립을 이루진 못했다. 현재 독자적 변환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력회사는 지멘스, 알스톰, ABB 등 세 곳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1998년 제주-해남간 180kV 직류송전망과 2013년 제주-진도간 250kV 전력송전망은 알스톰 기술로 진행됐다. 이번 북당진-평택고덕간 직류송전망은 한전과 알스톰의 합작법인인 KAPES에서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LS전선은 2012년 자체기술로 HVDC 케이블을 제작하는데 성공했고, 이번에 580kV급 고압케이블 개발도 끝마친 상태다.
한국전력 고위 관계자는 점점 커지고 있는 HVDC 시장을 잡기 위해 원천기술을 시급히 국산화하고 해외에 나가 먹을거리를 찾겠다”며 이번 첫 육상 HVDC 사업은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LS전선 등 국내 기업들에게 큰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전범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