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너무 반갑지만 또 헤어지잖아” 이내 눈물 훔치며 점심 밥 한 술
입력 2015-10-21 16:42 

이런 경사가 어딨니” 이 세상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남과 북의 가족들은 금강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둘쨋날인 21일 한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60년 넘게 꽁꽁 싸매놨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이날 오전 개별상봉은 가족별로 금강산호텔 객실에서 이뤄져 이산가족들은 보다 자유롭게 만나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개별상봉에 나선 북측 가족들은 저마다 손에 당국이 일괄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백두산들쭉술과 평양주, 조선농·토산물 선물세트를 들고 있었다.
북녘 외삼촌 도흥규 씨(85)를 만난 남녘의 조카 이민희 씨(54)는 방안에서 이야기하니 확실히 편하고 좋았다”며 고작 두 시간 뿐인 짧은 개별상봉 시간을 아쉬워했다. 이씨는 어제 첫 상봉이 끝나갈 때 삼촌께서 이걸로 모든 상봉이 끝난 줄 알고 테이블을 두드리며 화를 내셨다”며 조카들이 있다가 또 볼거라며 여러 번 설명해드리자 ‘있다 꼭 와, 꼭 와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북측 사촌누나인 강영숙 씨(82)와 재회한 정구 씨(81)도 취재진에게 이런 상봉행사 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렇게 한 번씩 만나는 거 가지고는…”이라며 개성이나 이런 곳을 통해서 서신교환이 수시로 될 수 있도록 해야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삼촌인 량만용 씨(83)를 만난 우리 측 조카 양옥희 씨(59)는 작은아버님께서 (개별상봉 도중에) 조카들에게 각자 짧은 글을 하나씩 남겨주셨다”며 가족끼리 친절하게 잘 살아라, 잘 왕래하면서 살아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은 정오(평양시간)부터 두 시간 동안 북측에서 준비한 대동강맥주와 인풍포도술(포도 증류주)를 곁들여 점심을 함께 들었다. 이날 점심상에는 △닭편구이 △청포종합랭채(모듬냉채)△밥조개마요네즈무침△버섯고기완자볶음 등이 올랐다.
전날 65년만에 다시 만난 ‘팔순의 새색시 이순규 씨(85)는 북녘 남편 오인세 씨(83) 무릎에 냅킨을 얹어주며 살가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오늘 오전에는 주로 살아온 이야기만 들었다”며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금강산에 동행한 형수 이동임 씨(93)는 오씨에게 밉다니까 미워”라며 투정을 부렸다. 형수 이씨는 그때 기억 난 안 잃어버렸는데 (어제) 날 몰라본다고 하니 그렇게 미울수가 없어”라면서도 ‘도련님의 손을 꼭 잡았다.
몇몇 가족들은 이날 점심상에 앉아서도 자고나면 닥쳐올 기약없는 이별을 걱정하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우리 측 김주철 씨(83)는 식사도중 연신 북측의 형님 김주성 씨(85)와 함께 서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울고 웃었다. 동생 주철씨는 형님에게 이렇게 고생만 해서 어떻해, 호강을 해야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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