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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클릭비의 13년...김상혁 사건 이후 지금까지
입력 2015-10-21 12:46  | 수정 2015-10-21 13: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그룹 클릭비(강후·오종혁·김상혁·우연석·유호석·하현곤·노민혁)가 돌아왔다. 클릭비의 새 앨범 '리본(Reborn)'이 21일 정오 발매됐다.
13년 만 완전체다. 세월이 바꾸어놓은 건 그들의 외모·나이와 주변 환경이 다가 아니다. 10대 아이돌 밴드에서 어느새 멤버 모두 서른이 넘어 돌아온 이들의 정신은 훌쩍 성장했다.
최정상 인기를 누리다가 밑바닥까지 가봤다. 결코 많지 않은 나이에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본 그들에게 시련은 있을지언정 더 이상 좌절은 없다.
컴백을 앞두고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클릭비는 "지금 이 순간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과거 불미스러웠던 사건조차 이제는 어느 정도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진심어린 반성과 자책 속 고민한 시간이 컸기에 가능한 일이다. 멤버간 서로를 보듬고 끌어주는 이들에게 진한 우정이 느껴졌다.
다음은 클릭비와의 일문일답
- 컴백 실감이 나는가
▶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우리 이름이 오르고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니 우리가 함께 하긴 하는구나 싶다. 이전에는 옛날 기사나 이름을 가끔 검색해 찾아보곤 했다. '옛날에 우리가 이런 일이 있었지' 하는 그리움이 종종 있었다.
- 이름이 바뀐 강후(김태형), 어색하다
▶ 어머니와 누나가 점을 보러 가셨는데 바꾼 이름이 좋다고 했다더라. 내가 일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니까 많이 답답하셨던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덕분에 나도 마음고생을 덜했다. 또한 진짜로 클릭비가 다시 뭉치지 않았나(웃음) 개인적으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살고 싶었다.(강후)
- 재결합 계획은 언제부터
▶ 매년 연말 송년회 식으로 만날 때마다 이야기는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음원이라도 내자' 정도였다. 추억을 붙잡고 늘어지는게 아니라 좋은 모습을 새롭게 보여드리자는 마음이다. 그간 각각 소속사가 달랐기 때문에 좀 힘들었다. 이번에 그게 해소됐다. 유호석이 제대한지 1년 됐고 계약도 얼마 전에 끝났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컸는데 항상 누군가는 묶여 있었다.
- 결정적 계기는
▶ 말로만 해오던 계획이 2011년 DSP 콘서트 이후 가슴으로 공감했다. 강한 향수를 느끼면서 서로의 눈빛을 느꼈다. 유호석 제대만 기다렸다. 물론 13년 동안 떨어져 지내면서 각각 품어온 꿈과 그 길을 걸어온 우리가 다시 뭉치기 쉬운 건 아니었다. 모두가 간절했다. 마음이 하나가 됐다.
- 성공 장담하기 어려운 불안감 있지 않나
▶ 한 기사에 '에잇, 블락비인줄 알았잖아'라는 댓글도 봤다.(웃음) 요즘 친구들과 경쟁할 생각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그 시절 함께 했던 우리 세대에 보답하고, 우리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클릭비'라는 이름이 우리 7명 만의 것이 아닌 동시대 함께 호흡했던 분들의 벗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새로운 소녀팬이 생긴다고 거부하진 않는다.(웃음)
- 유호석 꽃미모 변함 없다?
▶ 사슴피 녹용 산삼 등 보양식 좋아한다. 더불어 시대가 좋아져서 사진이 아주 좋게 변형된다.(웃음) 농담이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 노력한 건 맞다. 다만 요즘 아이돌 옆에 있으면 어쩔수 없더라. 그래서 방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잘 생기고 예쁜 분들이 너무 많다. 비교가 안된다.(유호석)
▶ 그래도 나름 관리는 다들 잘 한것 같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냥 어린 아이가 아니라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 좋다. 솔직히 늙긴 늙었다.(웃음) 곱게 늙어주셨다.(상혁)
- 13년 전과 달라진 점
▶ 한창 할동할 때 막내가 사춘기였다. 말썽도 많았다. 지금은 서로 양보를 많이 한다. 뭐 하나라도 더 하려는 욕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다. 정말 다시 데뷔한 느낌이다. 7명 모여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재미있고 행복하다. 자신감이 떨어진 김상혁 예능감 살리기 (감 찾기) 클리닉 중이다. 자꾸 이상한 개그 툭툭 치는데 용서해주고 있다.

- 김상혁, 자신감 회복했나
▶ 아직도 내게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못 받아들이시는 분도 여전히 있을 테다. 내가 너무 나서면 반감을 사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서다보니 말을 줄였다. 그랬더니 '김상혁 예전같지 않다. 죽었다. 감 떨어졌다'고 하시더라. 두 가지 딜레마 속에서 아직 혼란스럽긴 하다.
- 김상혁 '리얼극장' 출연 후 긍정적 여론 많아
▶ 내 과거 잘못을 용서하셨다기보다 어머니가 아들을 걱정하시고 속상해하시는 부분에 대해 많은 분이 안타깝게 생각해주신 것 같다. 나는 그냥 묻어간 것 같아서 죄송하고 고맙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무언가 좀 달라져야겠다'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 이제 마음이 편한가
▶ 심적으로 강해진 건 맞다.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할 지는 예전에 섰다. 요즘은 행복한 마음뿐이다. 기대와 관심. 개인적으론 포기했던 부분들이 의도치 않게 다가왔다. 가슴 벅차게 감사하다.
- 김상혁 사건 이후 소속사와 멤버간 갈등이 컸다?
▶ 사실 김상혁 사건 전 소속사와 계약 분쟁을 준비 중이었다. 김상혁 사건 이후 입장 처지가 뒤바뀐 꼴이 되긴 했다. 그래도 소속사만큼은 보호해주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 10년간 자숙...'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억울한 심경 없었나
▶ 물의 일으키셨던 분들이 나보다 복귀 빠른 건 축하드리고 싶다. 응원하는 입장이다. 내 잘못이다. 나보다 자숙기간이 짧다고 해서 그분들이 반성을 덜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숙 기간의 길이가 반성의 깊이와 비례하진 않는다. 그분들은 저보다 기회가 먼저 왔을뿐이다. 난 내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내게 실망이 컸던 거다.
- 이번 앨범 가장 큰 고민은
▶ 클릭비는 어떠한 음악과 색깔을 보여주었나 생각해보았다. 당시 밴드와 댄스 퍼포먼스 멤버로 구성된 팀은 가요계에서 우리가 유일무이했다. 그래서 1999년 데뷔 후 2001년 '백전무패'로 빛을 보기까지 시행착오도 컸다. 예나 지금이나 유행을 쫓지는 않았다. 2011년 한 차례 모였을 때 우리가 주도적으로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실패 경험했다. 그 때문에 이번에는 엄포를 놓았다. '아무도 곡 쓰지 말라'고. 제 3자가 바라 보고 표현하고 싶은 클릭비 속 우리가 개입해서 조율 정도만 했다. 모든 걸 다 맡기려니 그것도 또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싸우는 과정도 필요했다. 편곡도 많이 갈아엎었고 재녹음도 많이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것, 방향성 측면에서 큰 공을 들였다.
- 부담은 없나
▶지금의 이런 관심, 정말 계획된 게 아니다. 행복하면서도 겁 난다. 실패에 대한 기억이 더 크다. '무조건 잘 되어야 해'가 아닌, 이번 첫걸음을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자 다짐했다. 공연장도 작은 규모를 택한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 음악이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있다. 그래도 또 소소한 우리 목표를 떠올리기로 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만으로도 이번 활동은 무조건 성공이다.
- 유호석은 '에반'으로, 강후와 오종혁은 뮤지컬로, 드러머 하현곤은 '하현곤팩토리로', 기타리스트 노민혁은 '애쉬그레이'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혼자 활동할 때 어려운 점은
▶ 무대가 너무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혼자는 해소되지 않는 빈자리가 있다. 그걸 느낄 때 가장 힘들었다. 다른 멤버들이 그립기도 하고. 다른 멤버들 개인활동 할 때 보면 왠지 기가 죽어있는 모습도 봤다. 발라드를 해서 슬퍼보이는게 아니라 기운 자체가 없더라. 남들은 잘 알아채지 못해도 멤버들끼리는 보면 안다. 멀티플레이어 시대 아닌가. 솔로 활동은 음악 외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적었다. 팀으로 함께 하면 서로가 부족한 점을 누군가 채워줄 수 있는데 그게 안 됐다.
- 멤버들 30대 중반..결혼에 대한 생각은
▶ 결혼에 가장 열정적인 건 유호석이다. 20대 초반부터 가정을 이루는 게 꿈이었다. 여건만 된다면 늘 결혼하고 싶다. 상대가 없다. 멤버간 편차는 있다. 나머지 멤버들은 아직 일에 집중하고 싶어한다. 오종혁만 (티아라 소연과) 연애 중이다. 잘 만나고 있다.
- 아이돌 때 연애 안 했나
▶ 그때는 못했다. 매니저가 너무 무서웠다.(웃음) 지금은 연애하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길을 가다가 교복 입은 분 보면 무조건 등 돌리고 벽을 봤다. 지금은 내가 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녀도 모른다.(김상혁) 어느 순간 학생들 피하지 않는다. 아직도 연상이 좋다.
- 유호석(에반) 아버지가 미국에서 엄청난 대기업 사장이란 말도 있더라
▶ 아니다. 평범한 집안이다. 와전됐다. 영주권자이긴 한데 자원 입대했다.
- '1세대 아이돌'로 불린다. 작사·작곡·연주가 가능한 실력파로서 주목받지는 않았다. 음악적 역량 폄하된 면이 없지 않다
▶ 대한민국 방송·음악 시스템의 문제다.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라이브 프로그램이 몇 없지 않나. 굳이 '라이브'를 고집하면 '왜?'라는 반응이 나오던 시절이다. 오히려 제작진이 싫어했다. 그러한 속사정을 대중은 모르니, 무대에 나와서 잭도 안꼽힌 일렉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웃겼겠나. 많은 뮤지션 분들에게 욕도 먹었고, 게다가 또 인기가 많으니 반감이 컸다. 그러한 편견 아닌 편견에 부딪친 사람 중 하나다(노민혁). 어린 시절, 촉망받는 기타 신동으로 대접받다가 '쟤 뭐야 춤추는 아이돌하고 있네'라는 식으로 폄하되더라. 그러다가 JNC 할 때는 또 '춤추던 애가 나와서 뭐하느거야?'라고 색안경 끼고 보시더라.
-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 씨엔블루와 친해서 종현과 정신을 자주 보는데 그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더라. '그저 꾸준히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아직까지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쩔 수 없다. '깨지지 말고 똘똘 뭉쳐서 나아가라'고 조언해주었다.
- 이번 활동으로 보여주고 싶은건?
▶ 실력이 안 되는, 춤 추는 밴드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싶다. 음악의 깊이보다 퍼포먼스나 비주얼에 치중한, 그냥 나이어린 아이돌 밴드가 아니었다. 그 선입견을 깨고 싶은 욕심은 있다. 음악 방송은 안 하지만 공연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공연으로 여러분과 많은 소통했으면 한다. 우리가 그 이상으로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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