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증권 매각 끝내 무산
입력 2015-10-19 21:08  | 수정 2015-10-19 22:39
국내 5위 증권사 현대증권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현대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된 이번 매각이 불발됨에 따라 당장 현대상선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대우증권 매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이자 매각주간사로 매각을 주도했던 산업은행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19일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 코리아는 지난 6월 18일 현대상선과 체결했던 현대증권 주식(22.56%, 매각대금 6475억원) 매매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오릭스 PE 관계자는 "계약상 16일까지 거래가 종결됐어야 하지만 대외적인 시장 환경에 부정적인 변화가 발생해 해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릭스 PE가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한 것은 인수 과정에서 오릭스 측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릭스 PE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오릭스가 일본계 대부업체이며, 야쿠자 자금 연관설 및 본건 거래가 파킹딜이라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 왜곡돼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등 부정적인 변화가 발생해 인수를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 업계에서는 인수 초기부터 현대증권 매도자인 현대상선이 매각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보유하고, 인수 주체인 버펄로파이낸스와 오릭스금융섹터PEF에 각각 800억원, 1200억원 등 총 2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실제 매각하는 게 맞느냐는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해왔다.
이 과정에서 오릭스 PE는 금융감독원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며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여 증권가에서는 매각 무산 가능성이 크게 제기된 상황이었다.
오릭스 PE는 최근까지도 협력 관계에 있는 자베즈 펀드가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을 해왔고, 자베즈에서는 관련 서류를 이미 다 보낸 상황에서 오릭스의 태도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매각 주간사인 산은은 향후 계획에 대한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논의 과정을 거쳐 재매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현대증권 매각 무산이 이달 매물로 나왔던 KDB대우증권에 대한 매각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대우증권 매각 주체인 산은과 금융위원회에서는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은 비교 대상이라 할 수 없고, 이번 건 때문에 대우증권 매각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대우증권 인수 후보자인 KB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실익을 따져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매각 중 하나나 혹은 둘 다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 초기부터 파킹딜 논란 등 매각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한 산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매각 무산으로 현대그룹 전체 유동성에 문제가 오게 되고, 대우증권 매각이 어려워질 경우 담당자들에게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현대증권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던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과 현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 등 고위 임원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박준형 기자 / 정석우 기자 /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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