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인터뷰] ‘무한동력’ 박영수 “5수의 추억, 나는 낙방의 아이콘”
입력 2015-10-19 11:38  | 수정 2015-10-21 00:23
[MBN스타 금빛나 기자] 뮤지컬 ‘무한동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배우 박영수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아보였다. 지금까지 한 역할 중에서 ‘인간 박영수와 가장 유사하다는 박영수의 얼굴 속, 작품에 대한 애정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면서도 가슴에 늘 감성적인 자극이 와요. 먹먹함도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도 많아서 연기를 하면서 위로 받을 때도 많아요. ‘무한동력은 참 착한 뮤지컬이에요. 악한 인물도 없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박영수가 ‘무한동력에서 연기하는 인물은 ‘대기업 정규직 입사를 꿈으로 알고 살아가는 27살의 청년 장선재이다. 유보도 못한 채 얼떨결에 졸업장을 쥔 장선재에게 남은 것은 네 번의 학자금 대출뿐인데, 넣는 곳마다 면접도 하지 못한 채 서류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이다. 아무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인생은 칠전팔기라고 하지만 장선재의 청춘은 마냥 밝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대한 밝고 건강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매번 서류전형에서 낙방하던 선재가 면접까지 갔다가 현실이 아닌 꿈을 선택해서 좌절하는 장면이 나와요. 실제 세상과 만나면서 오는 아픔이 컸죠. 그리고 그 다음에 만나는 것이 한원식 아저씨의 무한동력이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죠. 처음 선재는 꿈이 없는 청춘이었는데, 극이 진행 될수록 꿈을 이루기 위해 변하기 시작해요. 실제 사람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많은 좌절을 겪지만, 그 좌절이 인생을 좌우하지는 않더라고요. 극중 한원식 아저씨는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63번의 실패를 경험했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연기를 하면서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했어요.”


‘무한동력은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무한동력을 원작으로 한다. 박영수는 주호민 작가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주호민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신과함께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신과함께에도 출연했던 것이다. ‘신과함께에서 저승의 변호사 진기한으로 열연을 펼쳤던 박영수는 주호민 작가로부터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주호민 작가의 작품을 하면서 인연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주호민 작가의 많은 작품 중 뮤지컬화가 된 작품이 단 두 작품인데, 그 두 작품 모두 출연했으니까요. 다만 개인적인 연락은 자주 못했어요. 둘 다 낯을 가려서인가 봐요.(웃음) ‘신과 함께도 그렇고 ‘무한동력도 그렇고 주호민 작가의 힘을 믿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은 박영수가 ‘신과함께에서 연기했던 진기한이 ‘무한동력에서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신과함께에서 카리스마 넘쳤던 진기한은 ‘무한동력으로 넘어오면서 ‘가늘고 길게를 외치는 만년 공무원시원을 준비하는 고시생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무한동력에서 진기한은 웃기고 또 슬픈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과함께의 진기한 박영수는 ‘무한동력의 진기한이 욕심나지 않았을까.

물론 욕심이 났죠. 재밌을 것 같아요. 공연을 하다보면 같은 공연 내에서 탐이 나는 배역이 있는데, 이번에는 진기한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진기한을 보며 ‘웃프다라고 말을 해요. 그 말이 맞는 것이 진기한은 웃기고 재밌지만 고시생의 고단이 녹아있어요.”

사진=정일구 기자

장선재와 진기한 뿐 아니라 그들이 머물고 있는 수자네 하숙집의 식구들 모두 저마다의 힘듦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장선재와 진기한 외에도 집안의 사정으로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김솔, 아버지 한원식 대신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여고생 한수자, 그리고 세상에 불만 많은 청소년 한수동 등 저마다 냉혹한 사회의 벽 앞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현대 대학로에서 섭외 1순위로 불리는 박영수는 ‘무한동력을 통해 청춘들의 좌절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박영수는 힘들었던 대학입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수시를 포함해 서울예대의 문을 두드린 횟수는 자그마치 6년. 계속된 낙방에도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서울예대의 문을 두드린 그는 마침내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제 고향이 부산이에요. 당시 저희 학교에서 서울예대는 몇 명이 갔는지 알 정도로 큰 학교였어요. 수시를 포함하면 6번, 서울예대를 가기 위해 무려 5수를 했죠. 이른바 낙방의 아이콘이 됐다고 할까요. 떨어지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마침내 붙었을 때, 그 기쁨은 표현이 안 될 정도였죠.”

스물일곱의 장선재는 김솔, 진기한과 함께 치맥을 먹으며 ‘상상도 못했지, 스물일곱 그 날까지 시험공부가 끝나지 않을 줄이라고 어린 시절 꿈꿨던 모습과 다른 스물일곱 자신의 인생을 한탄한다. 무대 위 스물일곱의 장선재가 된 30대의 박영수, 그의 스물일곱은 어땠을까.

학비가 아까워서 조기졸업을 했어요. 처음에 부보님께 입학금만 내달라고 하고 학교에 들어온 것이라서 모든 학비를 제가 책임졌어야 했거든요. 조기졸업을 하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양해를 드리고 한하기 청강을 들었어요.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제작도 해봤고 노래, 움직임, 연기수업 등 많은 것을 배웠어요. 졸업을 하면 세상에 던져지는 것인데 탄탄한 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정일구 기자

배우가 되고자 하는 꿈이 확고했던 박영수에게 당장 무대에 오르는 문제는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스물일곱의 박영수에게는 어떤 사람이 돼야하고 어떤 배우가 돼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랬기에 박영수는 당장의 일을 구하기보다 책을 읽고, 노래를 배우는 등의 배움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실력 키우는 것에 대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가 청개구리 끼가 조금 있어서, 사실 내가 노래를 잘 못했는데, 도리어 노래를 너무 못해서 뮤지컬에 도전해 보고 싶더라고요. 주위에서는 많이 말렸죠. 그래서 죽을 만큼 노력했어요. 성악 학교에서 배우고 서울 예술단에 들어가서 배우고…감사하게도 뮤지컬 ‘그리스 최종오디션까지 갈 수 있었어요. 서울예술단에도 붙으면서 제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그리고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왔죠. 정말 운이 좋았죠.”

배우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더 배우기 위해 욕심을 내는 박영수의 원래 꿈 역시 배우였을까. 의외로 어린 박영수가 꿈꿨던 미래는 무대 위 배우가 아닌 필드 위 농구선수였다. 전국 대회를 나갈 정도로 농구에 열중했던 박영수였지만 이내 한계를 느꼈고, 다음으로 나타난 새로운 길이 연기였다.

농구를 포기한 뒤 공부를 해볼까싶어 미친 듯이 학교, 학원, 집만 다녔어요. 그리고 그때 확실히 알았죠. 저는 공부하기 싫어 한다는 걸.(웃음) 하기 싫은 공부를 하려니 배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렇게 공부를 하기 싫었던 저였는데, 연기를 공부하는 것은 무척 즐겁더라고요.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한 번도 배가 아프거나 하기 싫었던 적이 없었어요. 고민하는 것이 좋았고 인물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찾았을 때 희열감이 있었죠.”

사진=정일구 기자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배워 가는 것들이 행복하다고 말한 박영수는 앞으로도 꿈에 대해 계속 발전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계속 발전하고 싶어요. 음악감독님도 괴롭히고 작가님도 괴롭히고, 연출님도 괴롭히고…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감정적이 될 수도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하우나 그런 것들을 채우고 있고, 뮤지컬에 필요한 노래와 발성, 춤 등을 계속 연습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최근에 서울예술단에서 밴드를 결성해서 지금은 기타 연습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 팬들 앞에서 어설프게 기타 실력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무한동력은 내년 1월3일까지 진행된다. 혹시 공연이 끝난 이후 일정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꼭 해외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비장하게 이야기 한다.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기에 이번 기회에 꼭 나갈 것이라고 말을 하는 박영수의 표정은 무척이나 결연해 보였다.

모든 인터뷰를 마친 뒤, 가볍게 지나가는 말로 박영수라는 평범한 이름에 대한 불만은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예명을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냥 본명을 쓰게 됐다고 말한 박영수는 예명 대신 성을 바꿀까 생각하고 있다고 진지하게 털어놓았다. 바로 ‘국씨로 말이다. 웃지 마라, 국영수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밝힌 박영수의 눈빛은 진지했고 목소리는 무척이나 진실했다.

박영수의 이름이 언제 국영수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인터뷰를 통해 그가 보여준 연기에 대한 진심은 그가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올라 좋은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충분했다.

박영수가 출연 중인 뮤지컬 ‘무한동력은 2016년 1월3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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