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를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 A는 자사의 제품과 유사한 제품들이 시장에 헐값으로 나돈다는 첩보를 전해 들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본 바, 너무나 비슷하게 만들어져 처음에는 내부 소행일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알고보니 중국산 모조품이 중국 오픈마켓인 알리바바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던 것이다.
A업체는 중국 심양에 소재한 특허청의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의 침해조사 지원을 받아 온라인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짝퉁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지를 파악했다. A사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정부의 행정단속을 통해 모조품 710개, 총 2억원 어치의 짝퉁을 압수했으며 제조자는 구속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아세안(ASEAN) 등 전 세계에 국내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하는 가운데 의류, 화장품, 전자 등 전 산업에 걸쳐 국내 업체들의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기업의 지재권 침해는 단순히 해외시장 점유율 하락, 수출 감소 등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브랜드의 신뢰도 및 국가이미지도 손상시켜 초기에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수출중소기업의 경우 지재권 법령 개정, 행정 단속 강화 추세 등 각국의 지재권 보호 강화 정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중국 등 현지 단속 공무원 등과의 네트워크 미비, 단속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지재권 침해피해가 발생해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 유형도 현지 내수시장을 대상으로한 상표 무단 선등록, 모조품 유통에 머물지 않고 수출시장까지 확대돼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해외 진출기업의 지재권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해외 인프라 구축 및 법률 비용지원 등 다양한 지원 대책을 추진 중이고 이 중 대표적인 것이 해외지식센터이다. 2006년부터 설치된 해외지식재산센터는 현재 중국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광주 심양과 태국 방콕, 베트남 호치민, 미국 로스앤젤러스, 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 등 6개국에서 11개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 7월 특허청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개장한 일본 도쿄의 해외지식재산센터는 국내 기업들이 설치를 강력히 요청한 경우다. 일본은 국내 기업의 수출액이 중국,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많으면서도 일본기업과 우리 기업의 특허 소송도 2010년 이후 58건이 발생해 미국 다음으로 지재권 분쟁이 많은 국가이다.
국내 기업들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분쟁도 많아지면서 해외지식센터를 찾는 업체 수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전체 해외지식센터의 상담 건수는 2011년 1924건을 시작으로 2012년 3107건, 2013년 3735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5044건을 기록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9월까지도 4451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특허청 관계자는 중국 등 기업 진출과 지재권 분쟁이 많은 지역에 해외지식재산센터를 설치해 상표·디자인 출원 및 침해조사, 행정단속, 지재권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지식재산센터는 현지에서 상표·디자인 출원시 1개 기업당 연간 8건 이내에서 비용의 50%와 각종 출원 절자를 지원한다. 현지에서 발생한 지재권 침해피해에 대해서는 1개 업체당 연간 1건에 한해 실태조사 및 단속에 대한 비용 70%와 각종 절차를 지원한다. 또한 지재권 관련 기업 상담 및 분쟁 초동 대응을 위한 법률서비스는 무료로 상담해준다.
이밖에도 중국, 태국, 베트남의 지재권 유관기관 공무원을 초청해 한국 지식재산 보호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지식재산 침해피해가 많은 중국에는 특허관을 파견해 침해조사 후 행정단속 연계시 현지 단속기관 대상 외교채널을 통해 국내 기업들을 지원한다.
해외지식재산센터는 현지 재외공관과 연계해 해외 지재권 보호협력체계도 구축 충이다. 40개 주요 공관에 지재권 담당자를 지정하고 국가간 협력 추진, 지재권 동향 및 현지 피해사례 접수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허청은 향후 해외지식재산센터를 필두로 제품 특성을 잘 아는 국내 산업단체, 해외공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해외 현지에서 국내 기업들이 겪는 지재권 침해피해를 적극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침해조사 지원 등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지원비용 및 횟수를 상향조정해 기업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행정단속을 포함한 침해조사 지원비용의 상한액 기준은 기존 5000달러에서 1만달러로 높이고 침해조사 지원 횟수도 1개업체당 연간 1건에서 3건으로 늘렸다. 단, 2회차부터는 기업부담이 상향조정될 수 있다.
또한 해외지식재산센터에서 온라인 모조품 유통 실태 등을 조사해 기업에 제공하는 ‘온라인 침해조사 모니터링 서비스를 신규로 추진하고 있다. 모니터링 이후에는 알리바바 등 중국 오픈마켓의 모조품 게시물 삭제신고도 대행해준다. 관련 문의는 국제 지재권 분쟁정보 포털(https://www.ip-navi.or.kr/newindex.navi) 또는 K-브랜드 보호지원 사이트(https://www.kipra.or.kr/business/kbrand.php)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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