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부정적으로 돌아선 오릭스 "인수 포기할수도"
입력 2015-10-18 22:51 
■ 현대증권 매각 무산 가능성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인수자와 피인수자 간 주식 인수 거래 종결 마감일(롱스톱데이트)이 경과됐다. 현대그룹과 오릭스는 롱스톱데이트를 연장할지 결정해야 한다. 18일 오릭스PE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16일이 롱스톱데이트인데 거래가 끝나지 않았다"며 "이와 관련해 19일 오후 이노우에 마코토 오릭스 본사 대표와 면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할지는 19일에 결정될 것"이라며 "만약 계속 가겠다면 롱스톱데이트를 연장하면 되는데 현 분위기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오릭스 본사에서는 일본계 자금이라는 이유로 국내 여론의 반감이 커지고 있고 파킹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릭스PE코리아는 오릭스 본사 자금을 줄이고 새로운 해외 투자자를 유동성 공급자(LP)로 유치하려고 준비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릭스PE코리아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 작업은 오릭스 본사보다는 오릭스PE코리아가 주도했는데 본사에서 최근 한국 내 여론 상황에 부담을 느껴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현대증권 매각이 차질을 빚고 있는 이유로 제기됐던 자베즈파트너스·오릭스의 주주 간 계약서 서류 미비는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자베즈파트너스가 군인공제회의 정식 투자 확약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서류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게 오릭스PE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자베즈 측은 "오릭스PE 측 요구에 따라 투자 확약서를 다시 만들어 지난주 제출했다"고 말했다. 투자확약서를 제출한 이상 자베즈 측 서류 제출 미비가 더 이상 문제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오릭스PE에 과도한 책임을 요구한 것이 오릭스PE의 인수 의지가 흔들리게 된 배경이라는 지적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오릭스PE 관계자는 "처음부터 오릭스PE는 현대증권 경영권을 인수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며 "금융당국은 오릭스PE 문의에 성실하게 응했고 오릭스PE에 과도하게 요구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도 19일 인수 측(오릭스) 의견을 들어보고 매각을 계속할지 등 향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거래 종결 마감일이 지났기 때문에 인수 측뿐만 아니라 매각 측도 거래 계약을 파기할 수 있지만 매각 측이 나서서 파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현대그룹이 산업은행 등에 대출을 요청하기보다는 오릭스PE와 계약을 연장하는 쪽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매각 측이 인수계약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임시주주총회는 일단 취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증권은 임시주주총회 일정을 세 차례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주명부 폐쇄가 다음달 3일에 풀려 그 이전에 임시주총을 열어야 하지만 금융당국 일정상 아무리 일러도 오릭스에 대한 현대증권 대주주 승인은 다음달 4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따라서 임시주총을 취소하고 상황을 봐서 다시 소집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유력하게 제기된다. 현대증권은 오는 20일 이사진이 모여 이 상황에 대해 의논할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PE의 현대증권 인수는 2013년 말부터 시작해 1년을 끌어온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마지막 단계로 평가된다. 현대그룹은 2013년 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3조3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로 2009년 이후 실적 부진이 이어져 그룹의 근심거리가 된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에 쓰였다.

현대그룹은 물류업체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에 넘기면서 6000억원을 받았고 현대상선의 LNG 사업부문을 매각해 9700억원을 확보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1803억원) 등 자기자본 확충에도 매진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매각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재무부담 해소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해운시장 침체로 3분기에도 컨테이너 시황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3분기 매출액은 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10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을 전제로 진행됐던 임직원들 입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퇴임 수순을 밟아왔던 윤경은 사장의 역할과 오릭스 측 인수와 함께 신임대표로 내정됐던 김기범 사장이 대표적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걸림돌에 봉착할 경우 매물로 나와 있는 대우증권 매각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2개 이상의 증권사 매물이 동시에 나올 경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이 완료된 뒤 대우증권 매각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었다"며 "현대증권 매각이 지체되면 대우증권 매각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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