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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타석까지 ‘마라톤’ 뛴 김현수의 살 떨림
입력 2015-10-18 13:25 
두산의 김현수가 지난 14일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4차전에서 9회 1사 만루서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이상철 기자] ‘미라클 두산을 완성한 지난 14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 MVP는 극적인 동점타의 양의지가 수상했다. 양의지는 소감을 밝히면서 김현수에게 공을 돌렸다. 김현수가 앞선 타석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며 찬스를 연결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현수는 당시 심장이 떨렸다고.
김현수는 6-9로 쫓던 9회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앞의 대타 오재일(스트레이트 볼넷)이 초구 볼이 되자 ‘아~또 나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고. 2B 이후 오재일이 배트를 콱 움켜쥐었으나 3구마저 슬라이더로 볼. 예상대로 김현수가 해결사로 나서야 했다.
김현수는 과거 포스트시즌에서 고개를 숙였다. 뭔가가 쓰였는지, 숱한 찬스마다 이상하게 꼬였다.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스스로를 ‘핵폭탄이라고 표현할 정도. 그날 앞의 네 타석에서도 김현수는 무안타였다. 직선타 1번과 내야 땅볼 3번이었다. 또 내야 땅볼이면, 병살타로 게임 오버였다.
김현수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긴장을 많이 했다. 온몸이 떨렸다. 심장이 움직이더라. 머리까지 ‘쿵쾅쿵쾅 뛰었다”라며 타석까지 걸어가는 게 참 힘들었다. 마치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라고 고백했다.
김현수의 목표는 간단했다. 아웃되더라도 혼자 아웃되기. 병살 플레이는 절대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반드시 양의지에게 연결시켜줘야 한다고. 타구가 땅볼이 될까봐 조마조마했다.
초구부터 헛스윙. 더그아웃을 바라보니 동료들이 표정이 어두웠다. 2구째도 파울. 볼카운트 2S로 몰렸다. 하지만 김현수는 조상우의 5구인 150km 속구를 때려 우전안타를 날렸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으며 7-9로 따라잡았다. 뒤이어 양의지의 동점타까지 터지면서 김현수는 가장 중요한 순간 제 역할을 다했다.
김현수는 내가 앞에서 무안타를 친 건 기억 못 하더라. 다들 9회 적시타만 생각한다”라며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는)한방만 치면 영웅이 될 수 있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활짝 웃었다. 김현수의 그 한방 덕분에 두산은 18일 마산구장에서 NC와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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