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캥거루족 아들에게 참다못해 칼부림한 70대 선처
입력 2015-10-18 09:24 
한 70대 남성이 마흔 넘도록 직업도 없이 자신에게 얹혀사는 아들을 부양하다 되레 아들에게 밀려나 노숙까지 하게 되자 참다못해 아들을 흉기로 찔렀습니다.

살인미수라는 무거운 죄였지만, 법원은 늙은 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실형은 면하도록 선처했습니다.

18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A(72)씨는 아들(41)이 군 복무를 마치고 20여 년간 별다른 직업도 없이 자신에게서 돈을 타 쓰며 생활하는 것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들이 "돈을 마련해주면 지방에 내려가 살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A씨는 아들에게 줄 돈을 만들려고 자신이 살던 서울 마포구의 한 빌라 2층을 세놓고는 아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때까지 함께 살려고 다른 건물 지하방으로 이사했습니다.

지하방도 원래 A씨 소유였지만 그는 이 방마저 소유권을 이전해 아들에게 넘겨줬습니다.

그런데도 아들은 A씨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걸핏하면 여자친구를 비좁은 지하방으로 데리고 와 그를 난감하게 했습니다. 종종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지친 A씨는 결국 아예 집을 나와 노숙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들은 지하방을 담보로 올 5월 금융기관에서 3천900만원을 대출받기까지 했습니다. 아들이 자신 몰래 집까지 담보로 잡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A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습니다.

평소 술을 입에 잘 대지도 않던 그는 7월 어느 날 새벽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지하방으로 갔습니다.

거실에서 태연히 잠든 아들의 모습을 본 A씨는 그날도 길거리에서 밤을 보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다 폭발했습니다. 그는 집안에 있던 흉기를 들고 와 아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잠에서 깬 아들은 흉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했습니다.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들을 쫓아다니며 흉기를 휘둘렀고, 아들은 팔과 등, 복부 등을 찔린 채 달아났습니다.

평생 전과라고는 없던 A씨가 생애 처음으로 저지른 범죄였습니다. 정신을 차린 그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고, 결국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사정을 들은 재판부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심우용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흉기로 사람을 죽이려 했다는 범죄행위 자체는 무겁게 봤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인 아들 역시 아버지의 범죄행위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A씨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참작했습니다.

재판부는 아들에 대해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하면서 고령인 피고인을 부양하기는커녕 계속 돈을 요구해 피고인이 노숙생활을 하게 하고도 몰래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등 인륜에 반하는 행동을 해 범행 동기를 제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A씨가 술김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인 점, 아들이 수술과 치료를 받아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범행 이후 자수한 점, 전과가 전혀 없는 초범인 점 등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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