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좀비기업 방치땐 금융위기 또 온다
입력 2015-10-16 15:49  | 수정 2015-10-16 17:13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민간금융위원회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김훈용 동덕여대 교수, 홍순영 한성대 교수, 조장옥 서강대 교수, 윤석헌 숭실대 교수, 이상빈 한양대 교수,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김호영 기자]
"좀비기업 처리를 위해서는 위기인 지금은 정부가 나서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정부가 계속 나서는 것은 금융개혁의 핵심 기조인 '시장 자율화'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5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한 금융권 현안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민간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보다는 기업부채가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금융권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좀비기업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제2의 IMF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은행, 사모펀드(PEF) 등 민간 금융회사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민금위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이날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당장은 조선·철강산업 등에 심각한 위기가 닥친 상황이라 정부가 나서 해결하고 있지만 서서히 시장으로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한시법으로 적용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하루빨리 폐지해 금융감독기구는 감독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구조조정은 채권단의 프리워크아웃(pre-workout)과 법원의 법정관리로 이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금융위원회는 시장 주도의 부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축소하고 각 기관이 주력해야 할 분야를 명확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이 구조조정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금융 자율화를 강조하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순영 한성대 교수는 "현재 정책금융기관은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모두 비슷한 역할만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지원 등 각자 주력 분야에 맞는 최소한의 기능만 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금융위는 진정한 금융개혁을 위해선 우선 금융권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특히 정치권·금융당국에서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사외이사 자격 등을 명문화하는 '낙하산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낙하산 인사가 없어지려면 사외이사제도가 제대로 운영돼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사회 평가 보고서에 사외이사 역할과 활동을 세부적으로 평가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사외이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은행에서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괘씸죄에 걸려 이상한 제재로 보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지나치게 추상적인 금융당국의 제재 기준부터 투명하고 명확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주주들 요구사항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주문이 컸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외국의 경우 주주들이 최고경영자(CEO)의 전횡을 견제한다"며 "한국도 주주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경영이 투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금융지주사에서 증권·자본과 전혀 무관한 은행 임원들을 증권사 CEO로 보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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