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리 가본 日 관함식…중국 보란듯 최신함 40여척 총출동
입력 2015-10-16 14:15 

지난 15일 일본 가나가와현 군항도시 요코스카시 해상자위대 기지 정문 앞. 아침 6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기지 주변은 엄청난 인파로 북적였다. 해상자위대가 3년마다 실시하는 관함식 최종 리허설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이다. 이들은 수십 대 1의 추첨에서 당첨된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선 무료 관람권이 최고 8만엔(약 80만원) 거래될 정도로 관함식은 인기가 높은 빅 이벤트다.
취재진은 관함식 선도함인 4500톤급 호위함 ‘무라사메(소나기라는 뜻)에 승선했다. 오전 8시30분께 무라사메가 경적을 울리며 요코스카항을 출항했다. 항만 인근 미군기지에는 미 해군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항구를 빠져나가면서 무라사메의 뒤에 관열함(사열함) ‘쿠라마가 바짝 다가섰다. 18일 정식 관함식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쿠라마에 탑승해 사열을 받게 된다.
오전 11시께 관열함과 부속함정들이 관함식 장소인 사가미(相模) 만에 들어서면서 일렬로 전열을 정비하자 7750톤급 이지스 호위함 ‘아타고를 기함으로 해상 사열이 시작됐다.
다양한 호위함들에 이어 지난 3월 실전배치된 항공모함급 호위함 이즈모가 갑판 위에 5대의 헬리콥터를 일렬로 싣고 거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헬기호위함이지만 길이가 248m에 달해 취항 당시 중국이 사실상 항공모함”이라며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던 바로 그 함정이다. 일본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미국의 최신 F-35스텔스전투기 도입이 예정돼 있어 이즈모는 언제든 항모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만한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세계 최대 디젤잠수함인 소류급 즈이류와 고쿠류는 수면 위로 반쯤 모습을 드러낸 채 이즈모 뒤를 따랐다. 핵추진잠수함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으로 수심 500m까지 내려가 은신하고, 2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지난 2013년 중국이 핵잠수함을 공개하자 일본이 고쿠류를 전격공개해 맞대응하기도 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에 수출을 추진중인 잠수함이기도 하다.
이날 관함식 리허설에는 40여척의 함정이 동원됐다. 18일 정식 관함식에는 50여척 함정과 60여기의 항공기가 선보일 예정이다.
기뢰제거 소해함들이 줄지어 사열을 한 후 호주 인도 프랑스 한국 미국 등 5개국에서 파견한 6척의 함정이 관함식의 마지막에 나섰다. 한국형 구축함 대조영함은 프랑스 함정에 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이 일본 관함식에 군함을 파견한 것은 2002년 이후 13년 만이다.
함정에 이어 최신 헬기와 항공기들이 굉음을 내며 사열을 시작했다.
이날 관함식 리허설에는 특히 최신 대잠초계기들이 대거 동원됐다. 미국에서 수입한 P-3C 초계기에 이어 일본이 독자 개발한 최첨단 P-1 초계기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미군이 파견한 P-8A 초계기까지 뒤를 이었다. 18일 본 행사에는 미군이 자랑하는 오스프리까지 참가한다. P-1과 P-3C는 대잠폭탄투하 시범을 보이며 관함식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멀리서 대함폭탄이 터질 때는 취재진이 타고 있던 무라사메 갑판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들 초계기들은 해군력 팽창에 나서고 있는 중국 함정과 잠수함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하다. 이날 함정시범을 보인 고속 공기부양정(LCAC)은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점령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섬 탈환을 상정한 상륙작전 훈련 때마다 동원되는 함정이다.
올해 상반기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과 지난달 안전보장법제 성립 이후라 더욱 관심이 높아진 관함식은 중국의 해양대국화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자위대의 의지가 드러난 이벤트였다. 관함식이 진행되는 기간에 미일은 인도와 함께 인도 동부 벵골만에서 합동훈련을 시행하기도 했다.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에 잠수함 수출을 결정하고,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군사기지 항만 건설에 들어가는 등 해양대국화를 가속화하는 중국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무엇보다 이번 관함식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이 가능해진 자위대와 미군의 안보동맹이 한 차원 높은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가나가와현 사가미만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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