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세상을 뒤집어 놓은 박관천 경정이 보유했던 금괴 11개의 자금 출처가 조희팔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박관천 경정은 경찰청이 지난 2012년 조희팔의 은닉자금 및 비호세력 수사를 벌이던 당시 수사팀인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
박 경정이 그해 5월 사망의 확실한 근거도 없이 조희팔 사망을 확정적으로 발표한 사실이 최근 논란을 일으키면서 조희팔 측의 로비와 연관성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박 경정과 조희팔 측 간 연결 고리로 의심되는 지점은 바로 11개에 이르는 박 경정 소유 금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올초 박 경정의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을 수사하면서 시중은행 대여금고 2곳에서 박 경정 명의로 보관해온 1kg짜리 금괴 11개와 현금 수 천만원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 중 일부인 6개를 박 경정이 성매매 업주로부터 청탁 로비와 함께 받았다고 판단하고 뇌물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금괴의 정확한 자금 출처는 아직도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실제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박관천은 (금괴 전체를) 성매매 업주가 아닌 자기 돈으로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우리로서는 금괴의 출처를 밝힐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박 경정이 확보한 시점으로 알려진 2007년부터 2008년 말 무렵의 금괴 가치는 1kg(266.6돈) 당 최대 4500만원에 이를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금괴 11개의 재산가치를 감안할 때 박 경정이 순수히 본인의 돈으로 금괴를 매입해왔다는 진술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박 경정이 조희팔 비자금을 추적하는 경찰 수사라인에 있었고, 조희팔 사망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금괴의 출처가 당시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조희팔 측의 ‘검은 돈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올초 수사 때는 박 경정이 과거 조희팔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었다는 것도 몰랐고, (설령 알았다해도) 금괴의 출처를 조희팔 자금과 연결시키기에는 (수사 흐름 상) 만만치 않은 사안이었다”며 섣부른 관측을 경계했다.
경찰 관계자도 2012년 경찰의 조희팔 은닉자금 수사 당시 박 경정은 수사를 책임지는 지휘라인도 아니고, 현장 팀원도 아닌 애매한 중간자 역할이었다”며 박 경정 소유 금괴가 조희팔 측의 자금과 연결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박 경정을 포함해 경찰 내부 인사들이 추가적으로 조희팔에 포섭됐을 가능성은 금주 국내로 송환되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의 입에 달린 것 아니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 관계자는 2008년 하반기 다단계 수사 과정과 조희팔의 밀항, 2011년 12월 조희팔의 사망, 2012~2013년 검경 수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정기관 내 조희팔 비호세력이 있었는지를 강태용을 통해 명확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 경정 측 변호인은 15일 금괴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본지 통화 요청에 대해 통화하기 어렵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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