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내 ‘분노 유발’ 부하는 어찌 다뤄야 할까
입력 2015-10-15 11:15 

풍선에 펌프로 공기를 주입한다. 점점 더 커진다. 첫 번째 펌프질로 0.25달러, 두 번째 펌프질로 0.5달러, 그리고 세 번째는 0.75달러 이렇게 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많이 주입할수록 돈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터질 것이니 말이다.
만약에 풍선이 터지면? 당연히 받는 돈의 액수는 크게 줄어든다. 그러니 펌프가 터지기 전 최적의 순간에 멈춰야 한다. 그래야 받는 돈의 액수는 극대화된다. 풍선이 터지는 횟수의 시점이 평균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일정 범위 내에서는 변하기 때문에 간이 작은 사람들은 펌프질을 너무 일찍 멈출 것이고 간이 큰 사람들은 풍선이 터질 때까지 펌프질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최고로 많은 액수를 가져가는 사람은 풍선이 터지기 직전까지 충분히 펌프질을 계속할 용기와 무작정 펌프질을 해서 풍선이 터지는 것은 막아낼 조심성이 있어야 한다. 이 둘을 모두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있으면 당연히 최적의 능력자이며 소중한 인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근의 연구를 종합해 봤을 때 이런 사람이 따로 있다기 보다는 같은 사람이라도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 더 정답에 가깝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런지 한 번 알아보자.
스텐포드 대학의 케트린 험프리(Kathryn Humphrey) 박사와 UCLA의 스티브 리(Steve S. Lee) 교수 등은 이를 ‘감각추구 성향 플러스 알파로 설명하고 있다. 감각추구 성향(sensation seeking tendency)은 심리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에서 굉장히 연구가 많이 된 성격 요인이다. 이 성향은 일상적인 생활과 일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다양하고 새로우며 복잡한 감각이나 경험을 추구하려는 욕구와도 관련이 있다. 그러니 당연히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이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주위환경과 사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직접 시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니 발상의 전환과 혁신은 물론이고 도전적 모험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위험한 행동이나 무모한 모험을 많이 하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비행이나 범죄, 난폭운전과 같은 다양한 위험 행동이 이 성향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조직 내에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라고 불린다. 여기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상반된 두 측면이 공존한다. 긍정적인 측면은 적극적으로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이다. 부정적인 모습은 ‘그러니 사고를 친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실제로 감각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이 위험한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은 분명하다. 실제로 풍선 실험을 해 봐도 지나친 펌프질로 풍선을 터뜨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성향이 높으면서 동시에 플러스알파에 해당하는 또 다른 측면이 좋은 사람들은 이제 가장 우수한 수행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 능력은 연합 민감도(associative sensitivity)다.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무관한 것에도 생각이 미치는 영향력을 말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넓게 보고 생각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감각추구 성향이 상당부분 타고난 천성이라 잘 변하지 않는 반면 연합 민감도는 그 사람이 최근 어떤 환경에서 주로 생활했는가에 대부분 좌우된다. 그런데 감각추구 성향과 연합 민감도 능력 모두가 높은 사람은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일을 할 때 최고의 사람이다. 왜일까? 높은 감각추구 성향이 모험을 ‘시작하게 만들고 폭넓은 사고가 모험에만 탐닉하는 것을 스스로 ‘조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각추구 성향이 낮은 사람들은? 폭넓은 사고를 의미하는 연합 민감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대부분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최악도 최고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대부분 위치한다는 것이다. 즉 고만고만한 사람들이다.
이는 리더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감각추구 성향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 들다 못해 도가 지나쳐 사고를 치는 부하들을 대부분의 리더들이 어떻게 다루는가? 좀 더 조심하라고 다그치거나 더 작은 범위의 일에 가두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로 하여금 좀 더 폭넓게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여건과 시간을 부여하면 이들은 스스로 최적 지점을 찾아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최고로 우수하게 말이다. 이런 골치 덩어리 부하를 데리고 있는 리더들이라면, 그리고 지금까지의 방법인 다그침과 가두기가 전혀 효과 없었다면. 한 번쯤 이런 연구들의 조언에 용기를 내어 방법을 바꾸는 게 어떨까. 좀 더 멀리 보고 폭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 말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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