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처리사업에 참여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아 챙긴 대한상이군경회 간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14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폐기물처리업 대표에게 사업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상이군경회 A지부 홍 모 폐기물사업소장(70)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홍 소장에게 1억7000만원을 전달받은 같은 지부 홍 모 지부장(70)도 함께 구속했다. 폐기물사업소 황모 본부장(61)과 뇌물을 건넨 폐기물처리업체 대표 이 모씨(40)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홍 소장은 상이군경회 불용품 사업 참여와 간부 로비자금 명목으로 2012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씨에게 총 24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로 27억원 가량을 받았고, 이중 1억7000만원을 홍 지부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본부장은 같은 명목으로 이 기간 이씨에게 26회에 걸쳐 4억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같은 로비 속에 이씨의 업체는 상이군경회 협력업체로 선정돼 총 54억2000만원 상당의 불용품을 불하받았다. 2013년 9월 상이군경회가 매입한 KT 불용품 20억원 어치, 2013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전력공사 불용품 34억2000만원 어치 등이다.
이들 불용품은 폐전선, 폐변압기, 고철 등의 폐기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상이군경회는 수의계약을 통해 이런 공공기관 불용품을 매우 싼 값에 매입하기 때문에 처리 사업의 수익성이 높다. 관련 법령은 국가유공자 군경이 회원인 상이군경회의 설립 취지를 고려해 이같은 혜택을 인정하고 있다. 대신 상이군경회의 수익사업은 반드시 직접 해야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간 개인이 설립한 공장·회사 등을 협력업체로 지정해 ‘상이군경회 지역공장 자격으로 폐기물 처리 사업을 맡기는 편법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이씨가 폐기물처리업체를 실제로 설립·운영하고도 서류상으로만 홍 소장을 대표이사로 등재해 관련 법령을 교묘히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상이군경회는 KT와 한전에서 사들인 불용품을 매입금액의 15%만 수익금으로 얹어 이씨 업체에 팔았다. 이들 물건을 처리하며 생긴 추가 수익은 모두 이씨 업체가 챙겼다. 홍 소장 등은 계속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계속 돈을 요구해 이씨가 불하받은 물량 총액의 절반이나 되는 막대한 뒷돈을 뜯어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보훈처 등 관련 기관에 수사사항을 공유하고 비정상적인 특혜를 받는 단체에 대한 첩보 수집과 수사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