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핵 돌파구냐·현상유지냐…朴대통령 방미에 쏠린 눈
입력 2015-10-13 16:07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가 구체화되면서 한국 외교가 새로운 길 가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북한·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사실상 북측 도발 억지를 위한 ‘현상유지(status quo) 외교에서 크게 못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한미동맹 강화 △북한·북핵문제 진전 토대 마련 △글로벌 이슈 공동협력 △경제협력 강화 등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안보 현안 등을 담은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공동성명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할 유인책이 제시될 지 관심사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달 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과 같은 달 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중,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북핵 공조방안과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북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3각 협력 프로세스가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 도발 억지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유지 외교가 아니라,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이 현상유지 외교에 급급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박근혜-오바마 정부 이후 차기 한미 정권들을 대화상대로 염두에 두고 핵 소형화, 경량화 기술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13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북한 핵 미사일 부대의 실전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면서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미 간에 대북정책의 방향성과 시야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빛 샐 틈 없는 ‘굳건한 한미동맹이라는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외교 수사(레토릭)에도 불구하고 북한,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한미간 시각차는 여전히 있어 보인다. 미국은 북핵문제와 통일론에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겠다고 주장하는 한 북핵문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시각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핵 6자회담 재개 등에 조건없는 ‘탐색적 대화를 먼저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우리 측 탐색적 대화를 지지하며 대화에 열려있다고 하지만 ‘북핵 포기없는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북한의 지뢰도발 때 한국에 전략자산을 제공함으로써 남북대치 국면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입장이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들고 있는 것이 북 도발 억지에 효과적이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한 외교문제에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북핵해결로 돌려야 하는 과제를 박근혜 대통령이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방문, 미국 전·현직 고위인사들과 학계 등 미국의 각계 여론 주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우리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연설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여로 불거진 ‘중국 경사론에 대한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국이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과 관련한 기술이전 등 한미간 껄끄럽고 민감한 이슈들을 정상회담 의제에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현상유지 외교”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박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해 문턱을 낮추는 적극적 외교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이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막은 만큼 박 대통령도 남북관계를 풀고 북미관계를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 쪽이 8·25합의에 입각해 남북당국간 회담을 열어 북한에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평양복귀를 권고하면서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이 부담없이 실행할 수 있는 선제적 행동을 통해 성의를 보이면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치 않고 협상을 개시하자는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정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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