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바라보는 여야
입력 2015-10-12 17:55  | 수정 2015-10-12 19:28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과거는 단지 지나온 역사적 사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만든 실체 그 자체입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기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미래도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이점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역사교과서에 사활을 걸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단순하게 바라보면 지금의 학생들은 미래 유권자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투표권을 얻었을 때 누구를 찍을지는 그들의 역사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지금 여야 정치권의 싸움은 미래 유권자들을 누구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보수정권은 가급적 보수화된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이, 진보정권은 최대한 진보화된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이 미래 권력을 잡는데 유리합니다.

이는 곧 사회 지배권력을 누가 쥐느냐로 귀결됩니다.

보수화된 학생이 많고, 그들이 자라 보수적 유권자가 된다면 보수 세력의 지배는 공고화되고 그들은 기득권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진보화된 학생이 많고, 그들이 자라 진보적 유권자가 된다면 지금의 사회 지배세력은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역사전쟁은 미래 전쟁이기도 합니다.



황우여 교육부총리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교육부총리
- "이념 편향성을 불식시키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잡힌 역사인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헌법 정신과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교과서를 만들겠다."

황 부총리는 이 교과서를 그저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말 자체가 틀렸습니다.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어집니다.

어떤 관점이 옳고, 어떤 관점이 틀렸는지를 획일화하거나 통일화할 수 없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인류보편사적 관점만 용인된다면 다양학 해석학적 시도를 올바르지 않다고 막을 일은 아닙니다.

황 부총리가 말한 '올바른'이라는 뜻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그것이 정치공학적 개념에서 나온 특정 세력의 시각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야권은 장외투쟁까지 검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야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지금) 사용하는 역사교과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바른 역사교과서의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하실 것이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정부와 여당이 전 세계의 상식에 반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우기고 있으니 한심하다."

야당은 1인 시위에 이어 10만인 서명운동도 벌여나가기로 했습니다.

2017년 3월부터 사용하게 될 국정교과서는 어떻게 쓰여질까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술할까요?

건국의 아버지를 더 부각시킬지, 아니면 친일 세력을 비호하고 분단을 고착화시킨 인물로 기술할까요?

박정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신 독재자로 기술할까요? 아니면 산업화를 이끌어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통령에 더 무게 중심을 둘까요?

특히 국정교과서가 쓰이는 2017년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입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떻게 기술될 지에 관심을 가질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를 염두에 둔 역사학자들의 일필은 어떻게 쓰여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술도 관심입니다.

탈권위와 시민 민주주의를 앞당긴 대통령으로 기술될 지, 아니면 아마추어적이고 좌편향된 대통령으로 기술될 지 논란이 클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렵다하고, 남북관계가 긴박하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또 다시 이념 논쟁과 분열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 전쟁이 앞서 말한대로 지극히 정치공학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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