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외환관리법 개정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신기술을 활용한 간편 외환송금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관리법이 개정되면 그간 은행의 고유 업무로 묶여있던 외환송금이 비금융기관(소액송금업자)을 통해서도 가능해진다. 은행들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대비해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수수료는 낮은 외환송금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개념의 간편 외환송금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주로 해외송금 기술을 가진 핀테크 기업과 제휴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핀테크 업체 스트리미와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외환송금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신한은행은 베타테스트를 거쳐 내년 상반기안에 서비스를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24일 블록체인 기술업체인 코인플러그에 15억원을 투자하면서 외환송금서비스 관련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란 비트코인과 같은 인터넷 가상화폐를 이용해 해외에 돈을 보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있는 김씨가 중국에 있는 아들에게 1000만원을 송금한다고 가정하면, 김씨의 1000만원을 한국에서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중국으로 보낸 뒤 중국서 비트코인을 다시 위안화로 바꿔서 아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평균 2~3일 가량 걸리던 기존 외환송금서비스와 달리 수십초안에 송금이 가능하며 수수료율도 기존 방식(6.2~8.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단 한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 블록체인 방식이 승인을 받을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종윤 신한은행 핀테크사업팀 차장은 외환송금은 사업성이 인정돼 해외 대형금융사들도 활발히 투자하는 분야”라며 소액송금업자라는 경쟁자의 출현에 맞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핀테크 기업 머니텍과 함께 내년 1월 충전방식의 외환송금 서비스를 출시한다. 충전방식은 페이팔 등 전자결제업체와 제휴해 외국에 돈을 보내면 현지의 전자결제계좌에 돈을 충전해 주는 송금방식이다. 주로 한국에 있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 이주여성 등이 고국에 송금할 때 많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외환송금시 대부분 ‘스위프트(SWIFT)라는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를 통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스위프트 방식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송금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해외 중개은행을 거치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글로벌 해외송금 업체인 웨스턴유니언·머니그램 등과 제휴해 은행 계좌 없이 송금번호만으로 소액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외부업체와 제휴를 맺다보니 송금액이 많아질수록 수수료가 매우 비싸진다는 한계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방식은 수수료도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소액송금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외환송금서비스 개발을 위한 은행과 핀테크업체간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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