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DNA는 고릴라와 약 2.3퍼센트 다르고 침팬지·보노보와는 약 1.6퍼센트 다르다. 이 말은 침팬지가 우리와 DNA의 98.4퍼센트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자면 침팬지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고릴라가 아니라 인간이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과학저술가 재레드 다이아몬드(78) UCLA 교수의 신작 ‘왜 인간의 조상이 침팬지인가(문학사상)에서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이다.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총, 균, 쇠 저술에 앞서 그는 1992년 인류의 진화생물학적 기원을 다룬 ‘제3의 침팬지(The Third Chimpanzee)를 펴냈다. 침팬지와 유전자가 거의 일치하는 ‘제3의 침팬지를 인간으로 만든 1.6%의 차이를 다룬 다이아몬드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 책의 청소년을 위한 입문서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됐고 발빠르게 한국에도 번역됐다.
‘총, 균, 쇠, ‘어제까지의 세계 등 벽돌 한장에 육박할 만큼 두꺼운 책을 써온 작가지만, 이번 책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인류의 기원, 지성, 언어 능력, 폭력, 성생활 등 인간 고유의 특징을 각장마다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쉽게 설명한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어디에서, 어떻게 와서 미래에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책의 첫 장은 긴팔원숭이, 인간,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의 골격구조가 해부학적으로 얼마나 유사한지를 비교한 그림으로 시작된다. 인류의 계통이 유인원에서 갈라진 이후 수백만년의 진화 기간동안 인류는 ‘선택받은 침팬지에 지나지 않았다. 6만년 전까지도 서유럽에는 예술도 진보도 거의 모르는 인간 종인 네안데르탈인이 살고 있었다. 그러다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현대인과 같은 인류가 예술과 악기, 교역, 진보를 가지고 유럽에 나타났다. 이 대약진의 원동력으로 저자는 음성 언어를 꼽는다. 유인원과 달리 단순한 울음소리가 아니라 ‘언어라는 상징적인 기호로 의사소통을 하고 복잡하고 체계적인 사회를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이 인간과 침팬지라는 두 종(種)의 운명을 갈랐다는 설명이다.
수명의 연장도 동물적 상태에서 인간으로 비약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렵채집 생활에서는 70세 이상의 노인이 단 한 명만 있어도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부족 전체를 기근에서 구할 수 있었다. 인간의 진화과정을 타 유인원과의 계통 비교를 통해 설명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들이 지금처럼 환경학살을 자행해선 문명사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6번째 대멸종의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도 다이아몬드는 인류의 미래를 낙관한다.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에 인류가 저지른 파괴 행위를 반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간의 미래는 가장 모범적인 평화와 화해와 균형의 세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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