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흥국 위기론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글로벌 한인금융인 포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브루스 카스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금융과 산업 부문에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성공적이지 않다”며 신흥국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되고 한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카스먼은 당분간은 중국 정부가 인위적인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6~6.5%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같은 인위적인 성장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우며 장기적으로는 4년 내에 5%대 성장률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스먼은 특히 중국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질 경우 신흥국들이 이를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할 때 신흥국 성장률은 1.1% 포인트 하락한다”며 중국경기 둔화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신흥국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계적으로도 중국경기와 신흥국 경기는 밀접한 관계를 보여왔다. 이는 과거 중국의 고도성장기에 대중국 수출물량의 상당부분을 신흥국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한인금융인 포럼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중국의 경기둔화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석유와 광물자원 가격 하락 등을 초래해 신흥국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흥국 위기론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과 일본 국채 매도규모가 사상 최대에 이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위기를 예상한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보유 국채를 매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흥국 위기론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달러화 가치는 높아지고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자 미국 국채를 팔아 달러를 확보한 후 자국통화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월까지 최근 1년 동안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내다 판 미국 국채규모는 1230억 달러로 1978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3년 8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신흥국들이 미국 국채를 270억 달러 사들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신흥국 위기 가능성을 우려했다. IMF는 9일 개막하는 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에 앞서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 를 내고 현재 세계 금융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신흥국 시장”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 민간기업이 최근 5년간 이어진 세계경제 저성장 속에서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재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채무가 3조 달러에 육박한다. 과도한 부채로 인해 민간기업의 도산이 시작되면 세계 금융위기로 증폭될 수 있다고 IMF는 전망했다. 신흥국 민간기업에 과도하게 대출한 은행들이 부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신흥국 기업들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조달한 탓에 선진국 금융시장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신흥국 중에는 한국이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의 저금리와 미국의 고성장이 맞물리면서 한국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성장률이 역전되는 순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저유가를 지목했다. 낮은 유가가 지속되면서 한국 조선업이 주로 생산하는 유조선과 시추선 드릴십 등에 대한 수요가 급감해 조선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언 회장은 또 한국 금융사들이 조선업 여신을 많이 갖고 있어 금융권의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통화정책의 딜레마도 거론됐다. 한국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이 금리인상에 동참하지 못하면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토머스 번 회장은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비율 때문에 자본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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