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렌트프리` 강남 오피스빌딩의 굴욕
입력 2015-10-07 17:13  | 수정 2015-10-07 19:33
오피스 건물이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전경. [매경DB]
점차 줄어드는 임대 수요 탓에 서울 강남권 오피스빌딩의 고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급기야 1년 중 절반을 렌트프리(무상 임대)로 내놓는 곳까지 등장했다. 판교 등 대체입지로 빠져나가는 기업 수요를 이끌기 위해 극약처방까지 꺼내 놓고 있지만 계속 치솟는 공실률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7일 상업용 부동산 전문 컨설팅업체 NAI프라퍼트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권 핵심 입지인 주요 역세권 소재 오피스건물의 렌트프리 기간은 올해 1월보다 최고 2배까지 늘었다.
강남역을 끼고 있는 D빌딩은 1월만 해도 층에 따라 2~3개월로 두던 렌트프리 기간을 현재 5개월까지 늘렸다. 역삼역 C타워는 '6개월 렌트프리'를 임차인 모집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올 초(3개월)보다 2배 확대된 것이다. 선릉역 M빌딩과 삼성역 I빌딩 등 무상 임대 서비스에 관심 없던 곳들도 최근 각각 최대 2개월의 렌트프리를 제공했다.
백민기 NAI프라퍼트리 리테일본부장은 "강남권은 광화문 등 서울 도심권보다 임차인 유치가 수월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강남권 최고 알짜 입지인 강남역 인근 오피스마저 거의 반년에 가까운 임대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우량 임차인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테헤란로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중된 오피스 공급 탓에 물량이 넘쳐나는 반면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강남권 오피스빌딩 공실률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메이트플러스 조사를 보면 지난해 1분기 6.6%였던 공실률은 올해 2분기 9.5%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판교 테크노밸리가 IT기업을 중심으로 한 강남권 대표 기업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강남 오피스 '엑소더스'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신분당선 개통 덕에 강남에서 15분이면 닿을 만큼 접근성이 좋아진 데다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기업들 입장에선 굳이 강남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피스 렌트프리가 일반화되다 보니 빌딩 매매 때 활용하는 명목임대료와 임차인들이 부담하는 실질임대료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올 상반기 둘의 차이는 16%에서 지난달 말 20% 넘게 확대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임대료를 낮추면 나중에 건물을 팔 때 가치가 떨어져 가격을 낮게 매기는 등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건물주가 명목임대료는 그대로 두고 렌트프리로 실제 임차료는 낮추는 '꼼수'를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남권 중소형 빌딩을 찾는 자산가들은 오피스보다 소형 상가건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 3분기 강남구에서 거래된 중소형 빌딩 20여 건 중 매매가 50억원 이하 소형 상가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로 10층 이상인 오피스건물은 고층부 공실이 골칫거린데, 이런 소형 상가는 3~4층이 대부분이라 이런 우려도 적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저층 상가를 구입해 리모델링한 뒤 음식점이나 학원을 입점시키면 3%에 그치는 오피스 수익률보다 두 배 이상은 나온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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