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낮져밤이`는 되고 `낮이밤져`는 안된다
입력 2015-10-07 16:49 

한글날을 앞두고 국립국어원이 매년 선정하는 신어(新語)에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10개년(2005~2014년) 신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남녀차별적 인식이 드러나는 신어가 무더기로 선정되고 등록·탈락도 원칙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국어원이 매년 300~600개씩 선정하는 신어는 신어 검색기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뉴스에서 단어를 취합한 뒤 비속어 등 부적절한 단어를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선정된 신어 현황을 살펴보면 ‘존-, ‘개-가 접두어처럼 쓰인 ‘존잘남, ‘존예, ‘존맛, ‘개공감, ‘개알바, ‘진지병자 등 비속어나 특정대상을 비하하는 단어가 버젓이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낮져밤이(밤에 강한 남성이나 여성)·‘약혐(약한 혐오)은 신어에 등재되고 ‘낮이밤져(밤에 약한 남성이나 여성)·‘극혐(극도로 혐오)은 탈락시킴으로써 선정 기준조차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10년간 선정된 신어 3663개 중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288개인데 이 가운데 ‘~녀(걸)는 196개, ‘~남은 92개로 여성을 지칭하는 신어가 2배 이상 많았다. 나아가 여성 지칭어의 11.7%(23개), 남성 지칭어의 5.4%(5개)가 비하어로 나타나 신어 선정에서조차 여성 비하적 사회 분위기가 반영됐다.
소수자 차별문제도 심각했다. ‘성소수자라는 단어는 1996년 처음 등장해 현재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표준어에 등록되지 않은 것은 물론 신어 목록에도 올라온 적이 없다. 유기홍 의원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언어 문화를 위해 국립국어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