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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부침주’ 역대 첫 WC 관통 키워드
입력 2015-10-07 06:00 
돌아올 곳은 없다. 김용희 SK와이번스 감독(좌)과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우)이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파부침주(破釜沈舟). 뒤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인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 KBO리그 역대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 5위 SK와이번스는 7일부터 이틀간 목동구장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역대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이기도 하다.
넥센이 1승을 안고 진행되는 해당시리즈는 최소 1경기에서 최대 2경기가 열릴 수 있다. 넥센이 7일 첫 경기를 최소 비기거나 승리한다면 그대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반대로 SK가 승리한다면 8일 경기 종료 후 진출 팀이 가려진다. SK는 2연승을 하면 극적인 뒤집기로 준PO에 진출할 수 있다.
1패면 곧바로 준PO 진출이 무산되는 SK가 일단 더 급박한 것은 사실. 하지만 넥센 역시 1차전 승리가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다. 1차전 패배 시 쫓기는 심정의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SK는 그야말로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김용희 SK 감독은 6일 열린 미디어데이서 우리들의 상황은 백척간두(百尺竿頭)다. 1차전에 꼭 승리해서 2차전에 나서겠다”며 7일 첫 경기 필승을 다짐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가을 야구를 길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한 경기라도 패하면 바로 탈락이기 때문에 매 경기가 총력전”이라며 이기고자 하는 선수단의 사기가 충전된 만큼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거듭, 결사항전의 현 마음가짐을 내비쳤다. 벼랑 끝에 몰린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는 앞서 정규시즌 후반기 승부처에서 이미 김 감독이 사용했던 고사성어와도 맞물린다. 바로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자세다. 지난 9월15일 SK는 8위로 떨어진 절체절명의 위기서 선두 삼성과 대구 3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거기에 해당 주간에는 당시 5위 경쟁 중이던 롯데, KIA와의 경기가 줄줄이 남아있던 시점. SK의 시즌 운명을 결정할 수 있었던 승부처에서 김 감독은 지금은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고 전투에 임하는 파부침주의 마음이다. 더 이상 물러날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파부침주는 과거 초나라의 항우가 진나라의 거록과 싸울 때 병사들에게 강을 건너는 배를 가라앉히고 솥과 시루를 깨뜨려 죽을 각오로 싸워 대승을 거둔 것에서 연유한 고사성어다.
그와같은 각오로 나섰기 때문일까. SK는 삼성과 3연전을 2승1패로 마친 이후 롯데에게 승리를 거둔데 이어 KIA와의 3연전도 2승1패를 기록하며 단숨에 5위 경쟁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후 어려움을 겪으며 간신히 5위를 지켰지만 당시 SK의 절박했던 자세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기회가 된 것도 사실이다. 결국 SK가 떠올릴 것도 그런 마음가짐일 것이다.
넥센 역시 마찬가지다. 막바지 순위 경쟁이 격화된 지난달 9월24일 이후부터 넥센은 3연패를 당하며 흔들렸다. 9월27일 목동 kt전서 간신히 연패를 끊었으나 이후 내리 2경기를 내주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1일과 2일 홈에서 한화와 롯데를 차례로 꺾으며 3위를 지키고 시즌을 끝냈다.
그러나 3일 최종전 삼성에게 패하면서 두산에 여지를 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넥센은 당일 열린 경기서 두산이 패하거나, 4일 경기서라도 1패를 더하면 최종 3위를 지킬 수 있었으나 결국 두산이 2경기를 모두 잡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허무한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아쉬움을 털어냈다고 하더라도 넥센 선수단에 심리적인 충격이나 허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놓친 떡이 더 커 보이기 마련. 당장 선발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에이스 카드를 소모해야 하는 실질적인 타격도 크다. 단판 승부로 끝내지 못하고 8일 2차전까지 경기가 흘러간다면 넥센 선수단에 서서히 악몽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결국 2경기가 아닌 1경기 승부다. 확률상 훨씬 유리한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진출 필요조건은 단 1승 뿐이다.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 초나라의 병사들처럼 SK와 넥센도 준플레이오프를 기약할 여유가 없다.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벼랑 끝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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