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대부업자 뺨치는 ‘고금리 카드깡’ 활개

#카드대금 연체를 걱정하던 A씨는 최근 한통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동요했다. 신용카드 한도만 나오면 현금서비스보다 싼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에 귀가 솔깃 한 것. 자신을 ‘00론 업자라고 소개한 B씨는 오픈마켓에서 14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 명목으로 40만원을 제하고 100만원을 통장으로 바로 넣어 준다고 안내했다. B씨는 140만원을 결제하면 10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10%대”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처럼 급전 대출을 노린 신용카드 ‘깡 업자들이 대부업자 뺨치는 수수료 장사를 하면서 교묘한 설명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카드깡은 신용카드 돌려막기처럼 빚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가계 부실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며 신용카드로 허위 매출을 일으켜 현금을 끌어쓰는 일명 ‘카드깡이 불황을 틈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드깡은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현금화하는 방식의 거래로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불법이다.
A씨의 사례처럼 14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40만원을 수수료로 떼가면서도 이자율이 낮은 것처럼 현혹시키는 등 갈수록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신용카드 카드깡 규모는 최근 3년 동안 1조원 가까이 적발되는 등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943억6300만원이 적발돼 작년 한해(1895억5300만원) 수준의 절반 가까이 근접했다.
이런 상황에도 카드깡에 따른 가맹점 제재 수준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 상반기 1000억원에 달하는 카드깡 거래는 적발 건수 기준 6897건으로 이중 가맹점 거래정지는 427건에 그쳤다. 계약해지는 87건으로, 실제 거래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한 경우는 전체 카드깡의 7.5% 수준에 불과했다.
카드사별로 카드깡에 따른 가맹점 제재 현황을 보면 KB국민카드는 1216건중 가맹점 거래정지는 단 2건, 계약해지는 14건이었으며, 롯데카드는 299건 가운데 가맹점 거래정지는 9건, 계약해지는 6건이었다.
또 비씨카드는 145건중 거래정지는 2건, 계약해지는 27건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는 대형카드사 중 현대카드 같이 가맹점 거래정지가 없었으며 계약해지는 3건이었다. 삼성카드가 적발한 카드깡은 올 상반기 283건이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1438건중 60건의 거래정지 조치를 취했으며 계약해지는 없었다.
현대카드는 상반기중 2891건의 카드깡을 적발했으며 이중 가맹점 거래정지는 없고 계약해지가 30건, 단순경고가 823건이었다.
하나카드는 카드깡 520건을 적발했으며 이중 가맹점 354개와 거래를 끊고 7개 가맹점과 계약을 해지에 가장 눈에 띄는 조치를 취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이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익이 나오는 고객이다보니 불법행위에 따른 거래정지나 계약해지가 쉽지 않다”며 매출이 많은 대형 가맹점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불법행위에 따른 가맹점 제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