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전격적인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미국 유통업계에 임금인상 불을 붙였던 월마트가 임금인상의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매장 수와 직원들 근무시간을 대폭 줄여 비용 절감에 나선데 이어 결국 대량 해고 조치까지 단행했다.
경쟁격화와 강달러로 인한 실적 악화 속에서 단행한 무리한 임금인상이 결국 세계 최대 규모 ‘유통왕국 월마트를 흔들고 직원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일(현지시간) 아칸소 주 벤터빌에 있는 본사 인력을 수백 명 규모로 감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감원 규모는 벤턴빌 본사 전체 직원 1만 8600명 중 500명 규모다. 규모자체는 크지 않지만 지난 2분기까지 월마트가 지속적으로 채용규모를 늘려왔던 것과 현재 미국 경기가 여전히 견실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구조조정이라는 평가다.
월마트는 지난 8월 분기 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계산대 대기 시간 단축을 강화하기 위해 채용인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WSJ는 최근 월마트 인사부가 구조조정을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면서 매장별 책임자들이 출장과 휴가를 취소하고 본사로 긴급히 출근했을 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월마트가 비용이 비싼 오프라인 직원들을 축소하는 대신 인건비가 적게되는 온라인 소매쪽을 강화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월마트의 이번 감원 계획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의 조치로 풀이된다.
월마트는 지난 4월 전사적으로 최저 시급을 9달러로 인상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월마트 직원들의 임금추가 인상 시위 등이 계속되자 추가적으로 내년 2월까지 대부분의 직원을 대상으로 시간당 10달러로 인상할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대폭적인 인금인상과는 반대로 회사 경영실적은 갈수록 곤두박질 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2분기 매출과 순익만 살펴봐도 임금인상이 월마트 순익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다.
월마트의 올 2분기 매출은 1193억 달러로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순이익은 34억8000만달러(주당 1.0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감소했다.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은 이같은 월마트의 순익감소가 고스란히 임금인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월마트측은 상반기 임금인상으로 올해 추가 발생하는 비용이 약 10억달러(약 1조 1700억원)에 이를 것 추산하고 있다.
순익이 추락하는 가운데 임금인상 등으로 비용은 수직상승하면서 주가도 올 들어 25% 하락했다.
실적은 뒷걸음질 치고 자본은 줄고 비용만 늘어가는 상황에 직면하자 월마트는 지난 8월 말 일부 매장에서 직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대놓고 해고는 하지 못하고 근무시간을 줄여 인건비를 낮추려는 일종의 ‘꼼수 였다.
계산대와 진열대 시급제 직원들이 중심이 된 노동조합은 시급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은 줄어드는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계산대 직원들이 줄어들자 고객들은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며 불평이 커졌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월마트가 본사 직원 규모를 대거 줄이기로 한 것은 매장직원과 달리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서비스의 질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인건비가 대폭 오르고 강달러로 인한 매출과 순익감소, 전자업체들의 맹추격이라는 삼각파도를 만난 월마트가 내년 예상 매출과 순익을 낮추는 등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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