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청약열기라는 지방 아파트들…거주자는 없다?
입력 2015-10-01 15:29  | 수정 2015-10-01 15:33

#1. 요즘 지방 중소도시 주부들 사이에서는 신규 아파트 청약 세미나가 유행이다. 청약후 계약금을 걸고 수백만원 웃돈(프리미엄)을 받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길로 꼽히면서 전업주부 등을 대상으로 투자상담 원정대가 뜨고 있다.
#2. 대구와 부산에서는 증여를 목적으로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자식들이라도 저렴하게 사두면 앞으로 웃돈이 붙든지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분양시장에서 잇따라 ‘과열경고음을 내고 있다. 부산 울산 대구 등 주요 광역시에서는 아파트 청약만 하면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앞으로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시장을 조사한 결과, 실제 가구수에 비해 분양권 거래가 급증하면서 거래량이 지난 5년새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 대구 울산시의 분양권 거래가 가파르게 늘었다. 최근 청약경쟁 기록을 앞다퉈 경신했던 대표적 지역이다. 분양권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수요자들보다는 웃돈을 받고 매매한 청약당첨자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세종시 성장에 타격을 받은 대전시를 제외하고 2013년부터 분양권거래가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인가구와 다세대 가구 공급을 고려한 신주택보급률은 지난해 서울(97.9%)과 경기(97.8%)를 제외한 광역지자체 모두 100%를 넘겼고 전국 평균 103.5%에 달한다. 부산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50대 황모씨는 밤에 고층 아파트에 불 들어온 곳이 별로 없다”며 실수요자보다는 상주하지 않는 외지인이나 부동산업자들 투기 세력이 들어와 거품이 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투기 가능성을 의심한다. 최성헌 부동산114 차장은 부산 대구 울산의 경우 소득 수준이 2011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고용도 증가하는 가운데 총 전입 가구수에 비해 주택거래량이 늘고 있다”며 투기 수요가 낀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부산을 비롯한 이들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증여나 상속 목적의 부동산 투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에서 과열이 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대구의 경우 2014년 기준 가구수 대비 올해 1.5%, 내년에 2.97%, 내후년 2.03%의 입주물량이 대기 중이다. 주요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대구의 내년 입주 물량만 보면 1990년이후 2008년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대구는 작년과 올해(9월18일 기준) 전세값도 각각 12.88%, 10.78% 뛰었고, 아파트 값도 지난해 11.72%, 올해 13.01% 급등해 전국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광주 대구 부산의 매매 시장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택공급이 부족한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분양시장까지 수요가 붙기 시작해 가수요가 붙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웃돈을 받고 거래를 하다가 시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 마지막에 매도를 하지 못하는 청약자가 일종의 ‘폭탄 돌리기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지방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서울 등 수도권보다 짧아 6개월이후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가수요가 형성되기 좋은 여건이다”라며 혁신도시나 산업단지 유치 등 인구 유입 요인이 뚜렷하지 않고 주택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가운데에도 주택 매매가 활발할 경우 거품이 끼고 있는 징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약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으려는 지자체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청약제도는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수도권보다 앞서서 청약제도가 완화된 지방에서 활발하게 손바뀜이 발생한다는 것은 실수요보다 가수요가 형성된다는 의미로 향후 새로운 인구유입 요인이 없다면 시장 하락시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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