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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니까 괜찮아’ 황신혜가 흘린 두 가지 눈물(종합)
입력 2015-09-29 23:01  | 수정 2015-09-29 23:1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배우 황신혜가 주연해 주목받은 MBN 추석특집 드라마 '엄마니까 괜찮아'가 안방극장을 웃고 울리며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2부작의 짧은 호흡이었던 만큼 빠른 전개는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고 배우들의 호연에 감동이 배가 됐다.
사실 뻔했다. 50대 초반이란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엄마의 이야기 구조는 기승전결이 뚜렷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추석 특집 드라마인 점을 고려하면 가슴 따듯한 결말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니까 괜찮아'는 신파극에 머물지 않았다.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엄마'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가슴 먹먹한 사랑을 확인하기 충분했다. 더불어 적절한 갈등과 웃음 코드로 현대 가족이 처한 현실을 짚어내며 가족애를 뒤돌아보게 했다.
29일 전파를 탄 ‘엄마니까 괜찮아 마지막 회에서는 치매 증상이 악화된 나종희(황신혜 분)와 그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그려졌다. 시어머니 예순(이용이 분)은 아들 승민(김병세 분)에게 벌써부터 새 장가를 들라며 맞선을 제안했다.

인정머리 없는 시어머니의 밉상 행동과 말이 시청자의 분노를 자극했지만 종희(황신혜)의 복수가 신선했다. 과거 시집살이를 떠올린 황신혜는 치매를 핑계삼아 시어머니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일부러 부엌을 어지럽히거나 시어머니에게 반말로 투정을 부렸다. 실제보다 정신이 더 온전하지 못한 척한 연기에 시어머니는 혀를 찰뿐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승민이 맞선 자리에 나간 사이, 예순은 종희에게 온천 여행을 떠나자고 속여 가족들 몰래 그를 요양원에 보낼 계획을 세웠다. 두 딸과 남편은 겉으로는 여전히 퉁명스러웠지만 서서히 종희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던 참이었다.
다행히 예순의 계략은 무산됐다. 요양원으로 향하던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내렸던 종희가 버스를 잃었다. 다른 버스를 탄 종희는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중간에서 내려 경화온천 호텔로 향했다. 형편이 어려웠던 신혼시절 떠난 여행지이자 남편 승민과 25년째 결혼기념일에 다시 찾기로 했던 곳이었다.
집과 직장에서 각각 사태를 파악한 딸들은 엄마를 잃을까봐 발을 동동 굴렀다. 맞선녀를 내팽겨치고 "이대로 아내를 보낼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찬 남편 승민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종희를 찾았다.
종희는 뒤늦게 나타난 남편에게 "고맙다"고 했다. "당신이랑 결혼 잘 한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종희는 "진짜 나쁜 놈"이라는 승민의 말에도 "이렇게 와준걸로 됐다"며 "사실 아까 좀 무서웠다. 돈도 핸드폰도 없고, 전화번호는 기억도 나지 않고, 나 영영 우리 집에 못갈수도 있겠구나 싶어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에게 시어머니 예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선 본 것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아들이 화를 내자 그는 "요양원이 아니라 차라리 갖다 버릴 걸 그랬다"고 성을 냈다. 승민은 "저 사람 없으면 안될 것 같다. 내 팔·다리 같은 사람이다. 이제 내가 지켜줘야할 가족"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말에 예순은 "상등신 나왔다"고 구박했다.
시어머니의 이러한 말을 고스란히 들은 종희는 "저 버릴려고 하셨어요?"라며 한 맺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간 많은 것을 잃었다. 다시 오지 못할 시간들, 다시 찾고 싶은 시간들, 아직 할 게 많아서 아무데도 못간다"고 울부짖었다.
"네가 뭔데 내 새끼 힘들게 하느냐. 왜 내 아들 앞길을 막느냐"고 끝까지 화를 내는 시어머니에게 종희는 "한 마디 말이라도 '너 정말 고생했다. 수고했다. 어쩌다 그런 몹쓸 병에 걸렸니' 그렇게 말해주실 수는 없느냐"고 하소연했다.
시어머니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생겼다. 예순은 종희에게 "그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으면 다음에 내 딸로 태어나면 되지 않느냐. 난 지금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악역을 자처한 그 역시 아들을 위하는 '엄마'였던 셈이다.
묵직한 울림 끝 세월이 흘렀다. 1년 후 황신혜의 생일 파티 자리였다. 두 딸 지원과 지나는 종희의 선물로 영상편지를 준비했다.
엄마 병을 낫게 해주려고 신경과에 지원한 의사 딸 지원은 "이 말 꼭하고 싶었다. 고마워. 내 엄마여서 너무 고마워.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았다. 우릴 위해서라면 모든 해줄 수 있다는 엄마의 말. 이제 우리가 엄마를 위해서 모든 해주겠다"고 말했다.
둘째 딸 지나는 "늘 속 썪여서 미안했다. 엄마가 언니만 사랑하고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상관 없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하니까. 나중에 내가 한 말 다 까먹어도 이 영상 보고 꼭 기억해야돼. 내가 엄마 딸이야"라며 애써 웃었다.
남편 승민 역시 "든든한 남편으로서, 애들 아빠로서 열심히 살겠다. 사랑한다. 나종희. 앞으로 생일마다 한 송이씩 줄게. 100송이 될 때까지 내 옆에 있어달라"며 장미꽃을 내밀었다. 시어머니는 "노망난 년이 복도 많아. 누군 독거노인으로 고독에 몸부림치는데…"라며 파티장에 등장했다. 애정이 묻어난 독설이었다.
많은 사람의 축하 속 황신혜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앞서 그가 흘린 눈물과는 다른 의미였다. '나도 사랑해. 우리 가족 모두"라는 대사 끝 그의 독백이 이어졌다. "이 시간들도 모두 사라져 갈 것이다. 내 기억 속에서. 그래도 난 행복하다. 모든 기억을 잃어도 내 가슴은 따듯할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극 중 황신혜의 생일은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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