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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개판 5분 전 가요계? ‘나를 돌아봐’
입력 2015-09-29 17:53  | 수정 2015-09-29 20:1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추석 연휴 끝 이제 3개월 남았다. 올 한 해 4분의 3이 훌쩍 지났다. 가요계는 10월 가을 축제 시즌을 넘어 11월이면 가수들의 신곡 발매 등 활발한 활동이 사실상 마무리 된다. 12월은 연말 시상식과 콘서트로 정신 없을 테다.
이 즈음에서 2015년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심하게 표현해 요즘 가요계는 '개판 5분 전'이다. '개판'이란 상태·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하다는 이야기다.
K팝 스타로 성장한 그룹의 중국인 멤버들은 소속팀을 이탈해 속속 독자 활동 중이다. 법적 분쟁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과거 몇몇 가수가 소속사의 '노예계약' 부당함을 알리고 그에 따른 병폐를 호소하던 때와 경향이 다소 다르다. 돈을 쫓는 행보가 눈에 띄게 보인다.
표절 시비는 잊을만 하면 터져나온다. 결론은 예나 지금이나 늘 비슷하다. ‘오마주(다른 작가의 재능이나 업적을 기리기위해 감명 깊은 주요 장면을 본떠 자신의 작품에 넣는 것) 혹은 '레퍼런스'(다른 곡을 참고하는 것)의 미묘한 경계를 넘다들던 논쟁은 이제 '장르적 유사성'이란 레퍼토리로 이어지고 있다.

음원 차트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좌지우지 된다. '무한도전' '쇼미더머니' 등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발매된 노래들이 갈수록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대중음악에 대한 호불호 평가에 정답은 없으나 고개를 갸웃하는 이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비판의 명분은 부족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음악 시장 건강이 허약하다는 방증이다.
음원 사재기 의혹 역시 여전하다. 검찰이 한 때 수사를 벌였지만 대부분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음원 조작 대행업체 특성상 증거를 찾기 어려워 유야무야됐다. 어쩌면 국내 기획사들을 먼저 털어야 하는데 검찰도 무작정 칼날을 들이댈 순 없다.
실질적 능력이 되는 SM·YG·JYP 등 대형기획사들은 '이미 팬덤이 강력해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브로커의 유혹에 솔깃할 만한 중소기획사들은 하고 싶어도 능력이 되지 않아 못한다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정체가 없다. 잘못 하면, 대한민국 문화산업 성장 동력으로 위상이 높아진 K팝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도 부담이다.
대마초 등 마약류 흡입·투약, 도박·음주운전 등 범죄가 끊이지 않는 건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 했다. 창작의 고통과 아티스트로서 '남다름'을 추구하기 위해 찾은 그들 나름의 선택은 자유다. 책임만 지면 된다. 책임의 결과조차 여느 '돈 없고 배경 없는' 서민과 다르게 마무리된다는 점이 씁쓸할 따름이다.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암울하다. 연예부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개판 5분 전' 가요계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푸념이 나온다. 자괴감에 빠지면 더욱 비참해진다.
온전한 감시·비판 기능을 다하고 있는 연예 매체 및 기자를 손에 꼽을 정도다. 기자 개인의 탓으로 전부 책임을 돌리긴 어렵다. 서로의 이해타산 속 다수 언론이 중심을 잃었다. 합리적 근거 없는 극찬이 넘쳐나고, 심지어 범죄 혐의조차 감싸고 도는 경우도 있다. 인기인과 대형 기획사 눈치 보기에 바쁘다. 소송이라도 걸리면 회사는 기자를 보호하려하기 보다 골칫거리로 여긴다.
'표절'이나 다를 바 없는 기사 베껴쓰기도 난무한다.
물론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불철주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사명감에 일하는 기자들 역시 많다. 그러나 그들의 의욕은 하나 둘 꺾이고 있다. 트래픽(정보 이동량), 즉 클릭수에 따라 광고비 단가가 달라지는 회사 처지에서 질 좋은 기사는 뒷전이다.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만 떴다 하면 말도 되지 않는 시시콜콜 과거 이력까지 쏟아져 도대체 현재 무슨 일 때문에 그가 화제인지조차 분간이 안 될 때가 비일비재하다. 기사 몇 개를 썼고, 클릭수가 얼마를 기록했느냐에 따른 단순 숫자놀이 성적표를 받아든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다른 기사를 무차별 베껴쓸 수밖에 없는 이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것이 하기 싫다면 수익창출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해 회사가 돈을 버는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비지니스는 '친(親) 기획사' 태도에서 출발한다. 비약하면 여론 조작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어느새 언론의 '게이트키퍼'(사회적 사건이 대중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전 미디어 기업 내부의 각 부문에서 필요한 내용을 선택하고 검열하는 직책)가 됐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된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의 구독율은 큰 차이가 난다.
그렇게 매스미디어 정점에 올라선 그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 오히려 위기 의식을 갖고 자체 콘텐츠를 점점 늘려가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언론사 이상의 힘을 지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이 기성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생'이라는 미명 아래 포털사이트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서로간 비지니스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하청업체 노릇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누군가는 이조차 부러워한다. 그것도 능력이어서다.
대책 마련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린다. 투자 위험 부담이 적은 당장의 검색어 쫓기에 여전히 열을 올리고 포털사이트 '메인' 노출 여부로 기사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일말의 자존심마저 내팽겨친 분위기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가 정작 필요한 곳은 연예가가 아닌, 언론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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