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찍고 스위스 거쳐 네덜란드로···`폭스바겐 사태`는 글로벌 쓰나미
입력 2015-09-29 17:02 

배기가스량 조작 사태로 폭스바겐이 연일 십자포화를 얻어맞고 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에서 차량 판매가 중단돼 가뜩이나 암담한 영업이 치명타를 입게 됐다. 감독당국에 막대한 벌금을 낼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폭스바겐에 대한 소송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그동안 내외부 경고를 무시해왔다는 증거도 속속 드러나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다.
AFP통신 등 외신은 스위스 정부가 25일(현지시간) 배출가스량 조작 가능성이 있는 폭스바겐 디젤차 모델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연방도로국이 판매를 금지한 차량은 2009~2014년 유로5 배출가스 기준에 맞게 제작된 1.2 TDI, 1.6 TDI, 2.0 TDI 디젤 차량 중 아직 판매·등록되지 않은 18만대다. 이는 폭스바겐 그룹이 보유한 아우디, 스코다 등 다른 브랜드 차량도 전부 포함된다.
폭스바겐 디젤차 판매가 중단된 지역은 스위스뿐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자동차 딜러들도 배출가스량 조작 위험성이 있는 폭스바겐 디젤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그룹 네덜란드 현지 판매딜러인 폰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디젤 차량 재고 4100대를 판매중단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같은 판매 중단 조치가 유럽을 넘어 다른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미국에서 디젤차량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폭스바겐을 상대로 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미시건주 연기금이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 폭스바겐을 상대로 사기 혐의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미시건주 연기금은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량을 줄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끔 사기를 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개인 차주들은 폴크스바겐에 대한 집단소송에 나섰다. 로이터는 사태 발생 4시간 만에 미국 시애틀의 한 로펌이 미국 20여개 주의 차주들을 대표해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23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최소 25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에서도 폴크스바겐 평판은 추락했다. 영국 언론은 27일 유럽중앙은행(ECB)이 폴크스바겐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더 이상 매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ECB는 양적완화(QE) 일부로 우량ABS를 매입하고 있는데 폴크스바겐이 자동차 할부 대출금을 근거로 발행하는 ABS도 이 중 하나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신용등급 강등 경고가 나오면서 매입을 중단한 것이다. ECB가 ABS를 매입하지 않으면 ABS금리가 상승해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할부판매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편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량 조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외부 경고를 예전에 받고도 묵살한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이에 폴크스바겐은 집단적인 ‘도덕적 해이로 사태를 적시에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27일(현지시간) 독일 매체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존탁스차이퉁(FAS)은 지난 25일 폭스바겐 감독이사회에 제출된 첫 내부조사 결과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폭스바겐 소속 한 기술자가 상급자에게 불법적인 배출가스 조작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졌으며, 왜 후속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묵살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FAS는 은폐과정에 지난 23일 사임한 전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마르틴 빈터코른이 가장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빈터코른은 사임 당시 이사회로부터 배출가스량 조작에 대해 아는 바 없고, 가담한 바 없다”는 면죄부를 얻었지만, 지난 8년간 폭스바겐을 이끌어 온 그가 해당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 조작이 이뤄진 2009년 이후 디젤 모델들은 그의 임기에 생산된 것들이다.
또 한편 배기가스량을 조작해주는 문제의 ‘꼼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던 자동차부품업체 보쉬가 폴크스바겐에 경고문건을 보냈던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독일 언론사 빌트암존탁은 이번 내부조사로 지난 2007년 보쉬가 해당 소프트웨어를 배출가스 조작에 불법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경고문을 폴크스바겐에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경고문에서 보쉬는 소프트웨어가 철저히 사내 테스트용이며 이를 시판용 차량에 달아 판매하는 행위는 법률 위반임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 사태 불똥은 다른 유럽차 연비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T&E)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의 실제 주행시 소모된 연료는 발표 수치보다 평균 48% 많았고 신형 A,C,E-클래스 모델은 50%를 넘는다고 밝혔다. BMW 5시리즈와 푸조 308도 발표 연비와 실주행 연비 차이가 50%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덕주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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