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성지순례 참사의 끝은 애도가 아니라 이란·사우디의 갈등고조
입력 2015-09-29 16:27 

이슬람 성지순례 압사사고 여파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정치적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란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 메카에서 성지순례(하지) 도중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고 책임이 사우디 왕가에 있다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의장은 28일 앞으로 성지순례를 사우디가 총괄하지 말고 권한을 이슬람협력기구(OIC)로 넘겨야 한다”며 알사우드 왕가를 자극했다. 그동안 알사우드 왕가는 ‘두 성지(메카·메디나)의 수호자로 불릴 만큼 종교적 권위를 부여받고 있었다.
이란은 또 참사 직후 살만 사우디 국왕 아들인 모하마드 빈살만 제2 왕위계승자를 위해 성지순례객이 이용해야 하는 도로가 막혔다”며 ‘과잉 의전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브라힘 라이시 이란 검찰총장은 사우디 당국을 국제 법률기구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동 맹주 자리를 놓고 사우디와 겨뤄왔던 이란은 성지순례 2주전 벌어진 메카 대사원 크레인 붕괴에 이어 이번 참사에서도 가장 많은 외국인 사망자(169명)를 기록했다.
이란에 맞써 이란의 사우디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사우디 왕자 중 한명인 칼리드 알사우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사탄의 대변자로 지칭하며 그가 이번 참사 희생자를 애도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의 더러운 손은 시리아, 이라크 수니파 어린이들을 피로 물들였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중동의 두 강국의 충돌로 시리아 내전 사태 등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난민 문제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적극 나서면서 해결을 향한 동력을 얻었지만, 사우디·이란간 갈등을 폭발한 이번 참사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압사사고 사망자가 사우디 당국 발표와 달리 무려 2000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와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사우디 보건부가 밝힌 사망자 수는 769명 부상자는 934명이지만, 일부 중동 언론은 이란 하지 위원회 사이드 오하디 위원장을 인용해 사망자 수가 2000명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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