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긴메이(재위 540~571년)는 갓 즉위해 백제 26대 성왕(재위 523~554년)에게서 귀중한 선물을 받는다. 백제 금동불이었다. 긴메이는 금동불의 장엄한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즉시 신하들에게 불교를 국가적 차원의 종교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논의하라”고 명했다. 이후 숭불파와 배불파간 치열한 대립이 전개되고 결국 불교 공인으로 이어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일본 고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부각된다.
이 시기 백제 금동불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국보급 불상이 일본으로 건너간지 1500여년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찾았다.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인 호류지(法隆寺) 금동삼존불입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용산 이전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고대 불교조각 대전-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특별전을 앞두고 24일 언론공개회를 가졌다.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는 이번 특별전에는 호류지 금동삼존불입상을 포함해 우리나라, 인도, 중국, 베트남, 일본 등 8개국 26개 기관이 소장한 불상 210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불교조각을 테마로 한 역대 전시회 중 최대 규모다. 전시는 불교가 태동한 인도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불상이 중국을 거쳐 아시아 대륙 동쪽 끝인 한반도에서 꽃피기까지의 약 700년 여정을 총정리한다.
제1부 ‘인도의 불상-오랜 역사의 시작은 인도에서 불상을 처음 제작한 목적과 방법을 규명한다. 최초의 불상이 등장한 것은 석가모니 사후 400년이나 지나서였다. 석가모니를 인간형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대신 사리를 봉안한 스투파(탑)을 조성해 그 주위를 돌면서 경배했다. 기원후 1세기 쯤 인도 서북부의 간다라와 델리 동남쪽의 마투라에서 거의 동시에 불상이 등장한다. 초기 두 지역의 불상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으로 차이가 컸지만 점차 뒤섞이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중국의 불상-시작부터 수대까지가 주제인 제2부는 인도에서 건너온 불상이 중국의 5호 16국 시대(304∼439)를 거쳐 수나라(581∼618)로 이어지는 중국 불상 제작의 흐름을 보여준다.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후한 시기인 기원후 1세기경이지만 독립적인 불교조각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다섯 이민족이 북중국을 지배한 4세기 이후의 일이다. 중국 불상은 인도에서 전해진 불상의 기본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문화에 맞게 양식을 변형하는 중국화 과정을 겪는다. 중국 불상 중에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금동미륵불입상이 단연 이목을 끈다. 5세기 북위시대 것이며 높이가 140.3㎝로 현존하는 금동불 가운데 제일 크다.
제3부 ‘한국 삼국시대의 불상은 삼국시대 불상이 중국 남북조의 영향 속에서 발전하다 6세기부터 독창적으로 바뀌는 과정을 추적한다. 불교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래된 뒤 제작된 불상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제4부 ‘반가사유상의 성립과 전개는 종교적,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반가사유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반가사유상은 유독 한국에서 많이 제작됐다. 전시에는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이 11년 만에 동시 공개되고 1965년 경북 봉화 북지리에서 출토된 석조반가사유상(보물 997호)도 선보인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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