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도전하는 당찬 여성 지휘자
입력 2015-09-23 18:19 
지휘자 성시연

국공립 교향악단 첫 여성 수장의 지난 2년은 정말 숨가빴다.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39)는 지난해 1월 취임한 후 연습 방법부터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악기 파트별 연습을 새로 만들어 정밀한 사운드를 조율했다. 보스턴 심포니(2007~2010년)와 서울시립교향악단(2009~2013년) 부지휘자 출신 답게 오케스트라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살다가 수원으로 거처를 옮긴 그는 정말 다사다난했다”며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정해진 예산으로 움직여야 하는 국공립 교향악단 실정을 배우고 음악적으로 성장하느라 바빴어요. 한국 관객들의 클래식 음악 취향도 어느 정도 알게 됐죠. 다행히 단원들이 잘 따라와줘 ‘연주력이 좋아졌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있어요. 오케스트라와 관객의 소통을 돕는게 지휘자 역할이죠.”
그는 경기필을 ‘원석에 비유했다. 잘 깎으면 엄청난 보석이 될 수 있다.

아직도 세공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지만 단원들과 협력한다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국내 오케스트라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제 그의 음악 아이디어와 실험을 펼칠 차례다. 오케스트라 가능성을 확장시키기 위해 대곡인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에 도전한다. 10월 2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더 큰 모험을 할 때에요. 경기필이 대편성 오케스트라로 확장되고 난 후 스트라빈스키 곡을 연주한 적 없어요. ‘봄의 제전은 오케스트라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죠. 취임 2년이 됐으니까 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어요.”
경기필 단원은 100명이라 객원 연주자 20명을 더 동원해야 한다. 5박자, 7박자, 11박자 등 변칙적인 박자와 엇박, 원시적인 리듬으로 가득찬 이 곡은 오케스트라 응집력의 시험대다.
연주 시간 45~50분 동안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해요. 긴장하지 않으면 금방 음정과 박자, 리듬을 놓칠 수 있어요. 경기필은 북구의 빙하처럼 다듬지 않은 순수함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어 이 곡에 딱 맞다고 생각해요. 강렬한 리듬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충동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작품이거든요.”
이 곡은 태양신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이교도 의식을 담은 발레 음악이다. 기독교 신자라 반감을 갖고 있었지만 2년전 스웨덴 말뫼 오스트리아와 이 곡을 지휘한 후 생각이 달라졌다.
신에게 소녀를 제물로 바친다는 자체가 잔인하다고 생각했어요. 원시적이고 곡의 리듬이 너무 변화무쌍해 절대 이 곡을 지휘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인으로서 이 곡의 가치를 간과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연주는 어렵지만 제대로 지휘했을 때 희열은 엄청납니다.”
경기필은 내년에 창단 19주년을 맞는다. 성 단장의 고민은 오케스트라 연주 영역을 넓히는 데 있다.
어떻게 하면 오케스트라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지 연구하고 있어요. 브람스와 베토벤에 국한되지 않고 시야를 넓혀야죠.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실험적인 공연을 좀 더 많이 펼치고 싶어요.”
‘봄의 제전과 함께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도 그 연장선상이다. 작곡가 알렉산데르 바렌베르크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편곡한 작품이다. 런던 심포니와 이 곡을 세계 초연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협연한다.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지휘과를 졸업한 성 단장은 2006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 2007년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후 보스턴 심포니 137년 역사상 최초 여성 부지휘자로 영입되면서 세계 음악계 주목을 받았다. 공연 문의(031)230-3322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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