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감독 표준연출계약서 공청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감독들의 권리 찾기에 나섰다.
DGK는 23일 오후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 멀티펑션룸에서 열린 '한국영화감독 표준연출계약서 공청회'에서 의견을 개진했다. 오래전 사용했던 주먹구구식 혹은 비합리적인 계약서가 현재 영화시장과는 맞지 않기에 산업적 정확한 기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다.
DGK는 "합리적 제작 기반을 구축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제작 공정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준을 제시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감독의 권리 주장만이 아니라 계약서를 통해 책임져야 할 의무의 중요성을 알려고 했다. 제작사 현실을 고려해 산업적 동반자로서 해야 할 역할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DGK는 '기획단계'와 '제작단계' 차원에서 2가지 표준연출계약서를 이용해 제작사와 영화감독 간 협의와 합의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요구하고 지킬 것을 강조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와 영화 제작 단계에서 생각해야 할 사항이 다르니 적용 방법을 달리하자는 의미다.
가령 기획단계에서는 기획 및 개발을 완료한 감독이 이 영화의 제작 착수 시 연출 우선권을 갖고, 독점계약이 아닌 이상 다른 영화의 기획 및 개발업무를 해도 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제작단계에서는 촬영에 따른 1차 편집권을 온전히 감독이 갖는 것과 수익의 안정적인 분배 등을 요구했다. 특히 1차 편집권 확보는 DGK가 중요하게 생각한 수확이다.
DGK 부대표 한지승 감독은 "요즘 들어 편집실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배제되는 상황이 있다. 특히 신인 감독들이 재능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들을 방지하자는 의미"라며 "감독의 색깔을 보여주고 이를 보고 괜찮다면 인정하라는 요구다. 오랜 시간 토론해 제작자협회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저작권 문제가 특히 강조됐다. 기획 원안자로서 감독이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 제작자가 소유권을 주장해야 하는지의 대립이다. 영화감독은 연출을 끝내면 작품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많은데, 창작자의 권리를 끝까지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작품 대부분은 제작자에게 귀속된다.
제작자 대표로 나선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제작자들은 산업의 편의성 때문에 저작권을 얻게 된 것 같다"며 "감독이 최고 저작권자가 되면 미술감독, 조명감독 등의 창작자들이 전부 감독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식이 된다. 자신의 고유 창작성이 소멸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이런 상황이 됐다.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원 대표는 또 "기획 원안자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도 고민"이라며 "초고에서 영감을 얻긴 했지만 다른 이야기가 되면 어디까지를 인정해야 하는지 모호하다"고 짚었다.
패널로 나선 최건용 전 롯데 영상사업부 상무이사는 "누구를 위한 계약서인지 모르겠다. 데뷔하는 감독이나 흥행에 실패한 연출자들에게는 달가운 계약서는 아닌 것 같다"며 "투자배급사가 이들에게 기회를 줄지 의문이다.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한지승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오랜 관행을 한 번에 강제할 수는 없지만 표준연출계약서에 저작권자로 인정받는 인식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저작권 문제가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현장에서 시험 운용할 계획이다. 수정, 보완을 통해 건강한 계약서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류승완 감독은 질의응답 시간에 "크레딧의 기준이 없다. 투자사 크레딧을 오프닝에만 넣었었는데 엔딩에도 배우 앞에 넣는 것을 또 요구하고 있다. 한 편의 영화에 크레딧이 두 번 들어가는 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감독들이 느끼는 현실적 문제를 꼬집었다. 임필성 감독도 블라인드 시사회의 폐해를 언급, "영화가 완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120명 모니터 요원의 점수로 감독의 운명이 오간다"며 "때로는 '베테랑' 같은 엄청난 상업 영화도 필요하지만 독특한 지점이 있는 상업 영화도 필요하다. 예산을 정립해 중급, 저예산 영화 등에 대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감독들의 권리 찾기에 나섰다.
DGK는 23일 오후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 멀티펑션룸에서 열린 '한국영화감독 표준연출계약서 공청회'에서 의견을 개진했다. 오래전 사용했던 주먹구구식 혹은 비합리적인 계약서가 현재 영화시장과는 맞지 않기에 산업적 정확한 기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다.
DGK는 "합리적 제작 기반을 구축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제작 공정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준을 제시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감독의 권리 주장만이 아니라 계약서를 통해 책임져야 할 의무의 중요성을 알려고 했다. 제작사 현실을 고려해 산업적 동반자로서 해야 할 역할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DGK는 '기획단계'와 '제작단계' 차원에서 2가지 표준연출계약서를 이용해 제작사와 영화감독 간 협의와 합의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요구하고 지킬 것을 강조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와 영화 제작 단계에서 생각해야 할 사항이 다르니 적용 방법을 달리하자는 의미다.
가령 기획단계에서는 기획 및 개발을 완료한 감독이 이 영화의 제작 착수 시 연출 우선권을 갖고, 독점계약이 아닌 이상 다른 영화의 기획 및 개발업무를 해도 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제작단계에서는 촬영에 따른 1차 편집권을 온전히 감독이 갖는 것과 수익의 안정적인 분배 등을 요구했다. 특히 1차 편집권 확보는 DGK가 중요하게 생각한 수확이다.
DGK 부대표 한지승 감독은 "요즘 들어 편집실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배제되는 상황이 있다. 특히 신인 감독들이 재능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들을 방지하자는 의미"라며 "감독의 색깔을 보여주고 이를 보고 괜찮다면 인정하라는 요구다. 오랜 시간 토론해 제작자협회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저작권 문제가 특히 강조됐다. 기획 원안자로서 감독이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 제작자가 소유권을 주장해야 하는지의 대립이다. 영화감독은 연출을 끝내면 작품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많은데, 창작자의 권리를 끝까지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작품 대부분은 제작자에게 귀속된다.
제작자 대표로 나선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제작자들은 산업의 편의성 때문에 저작권을 얻게 된 것 같다"며 "감독이 최고 저작권자가 되면 미술감독, 조명감독 등의 창작자들이 전부 감독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식이 된다. 자신의 고유 창작성이 소멸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이런 상황이 됐다.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원 대표는 또 "기획 원안자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도 고민"이라며 "초고에서 영감을 얻긴 했지만 다른 이야기가 되면 어디까지를 인정해야 하는지 모호하다"고 짚었다.
패널로 나선 최건용 전 롯데 영상사업부 상무이사는 "누구를 위한 계약서인지 모르겠다. 데뷔하는 감독이나 흥행에 실패한 연출자들에게는 달가운 계약서는 아닌 것 같다"며 "투자배급사가 이들에게 기회를 줄지 의문이다.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한지승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오랜 관행을 한 번에 강제할 수는 없지만 표준연출계약서에 저작권자로 인정받는 인식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저작권 문제가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현장에서 시험 운용할 계획이다. 수정, 보완을 통해 건강한 계약서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류승완 감독은 질의응답 시간에 "크레딧의 기준이 없다. 투자사 크레딧을 오프닝에만 넣었었는데 엔딩에도 배우 앞에 넣는 것을 또 요구하고 있다. 한 편의 영화에 크레딧이 두 번 들어가는 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감독들이 느끼는 현실적 문제를 꼬집었다. 임필성 감독도 블라인드 시사회의 폐해를 언급, "영화가 완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120명 모니터 요원의 점수로 감독의 운명이 오간다"며 "때로는 '베테랑' 같은 엄청난 상업 영화도 필요하지만 독특한 지점이 있는 상업 영화도 필요하다. 예산을 정립해 중급, 저예산 영화 등에 대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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