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뷰] 에베레스트? Ebeast! 산은 왜 야수가 되었나
입력 2015-09-21 19:43  | 수정 2015-09-21 19:45
에베레스트/사진=에베레스트 포스터
[리뷰] 에베레스트? Ebeast! 산은 왜 야수가 되었나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산에 오르는 사람과 오르지 않는 사람'. 산에 오르지 않는 이는 산에 오르는 이를 결코 이해하지 못 한다. "왜 고생해서 산에 오릅니까? 다시 내려올 거면서". 왜 그들은 산에 오르는 걸까? '에베레스트'는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산을 올랐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뜨거웠던 1996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상업 등반 가이드 '롭 홀'(제이슨 클락 분)과 치열한 경쟁 시장에 갓 뛰어든 등반 사업가 '스캇 피셔' (제이크 질렌할 분).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최고의 등반가들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한다.

에베레스트/사진=에베레스트 스틸컷


영화는 팀 결성부터 에베레스트의 정상까지 올랐다가 하산하는 과정을 리얼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위기에서 구해줄 영웅도, 달달한 로맨스도 없다. 일반적인 재난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극의 스토리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에베레스트' 뿐이다. "산에 오르는 건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산과의 경쟁이고, 최종 결정권은 산에게 있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인간은 에베레스트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하다.

대원들은 사우스 서미트에서 힐러리 스텝을 거쳐 정상까지 날카로운 빙벽을 오르고 험준한 능선을 가로지른다. 관객의 눈에 비치는 것은 오직 영상이 전하는 스릴과 감동이다. 낙오한 대원을 구조하기 위해 눈보라에 뛰어드는 동료의 모습, 에베레스트로 떠난 가장의 무사복귀를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 거스를 수 없는 에베레스트의 추위와 죽음의 공포는 영화 내내 관객의 눈과 귀를 휘어잡는다.

에베레스트/사진=에베레스트 스틸컷


배우들은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전의 설렘, 정상에서의 희열과 감동, 그리고 마주한 고난에서의 좌절과 공포를 세밀하고 처절하게 표현해 낸다. 이는 마치 관객도 실제 팀의 일원이 되어 등산을 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마찬가지로 이들이 느끼는 고통도 관객에게 그대로 스며든다. 지상 위 산소의 1/3,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영하 40도의 추위, 뇌를 조여 오는 극한의 기압,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눈사태와 눈 폭풍이 몰아치고 수많은 예측불허의 극한 재난이 이들을 괴롭힌다.

에베레스트/사진=에베레스트 스틸컷


고통 받는 대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왜 산에 오르는 걸까?"라는 질문이 절로 맴돈다. 모든 대원들이 하산 후 "산이 거기 있어 올랐다"를 말하며 웃으며 끝났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딱히 '이래서 산을 오른다'라는 답은 찾기 어렵다. 영화가 끝난 후 남는 것은 온몸이 저린 듯 한 긴장감과 복잡한 감정의 덩어리뿐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도전은 결코 측은하고 한심하게 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미묘한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그 이유는 '산에 오르는' 이들의 도전이 우리의 삶과 묘하게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찰나의 행복과 담담한 결말까지. 에베레스트는 관객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담담하게 막을 내린다. "당신은 왜 살아갑니까?" 24일 개봉. 121분. 12세 이상 관람가.

MBN뉴스센터 한전진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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