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총리께.
저는 중학생 아들을 둔 평범한 학부모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검토, 교육과정 개편,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등 굵직한 현안을 앞에 두고 노고가 많으신 교육부 수장께 이렇게 불쑥 편지를 쓰게된 것은 아이의 학교 시험문제와 교과서를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봄 아들 학교의 중간고사 시험에 이런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다음 조리법 가운데 잘 못 된 것을 고르시오.
1.깍두기를 담글 때 무는 3㎝ 크기로 팔모썰기를 한다.
2.미역국을 끓일 때 미역은 찬물에 불려 4㎝ 길이로 썬다.
3.도라지 오이 생채에 들어가는 도라지는 6㎝ 길이로 얇게 찢어 소금을 넣고 주물러 씻는다.
4.감자 볶음을 할 때 감자는 0.5㎝, 당근과 양파는 0.3㎝ 두께로 채썬다.
그런 것까지 시험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아들은 문제를 보고 그동안 먹어봤던 음식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집에서 평소 먹던 미역국의 미역이 4㎝보다는 짧았던 것 같아 2번을 골랐는데 틀렸다며 아쉬워 하더군요. 미역을 작게 잘라 국을 끓여온 엄마 탓인 것 같더군요.
부총리께서는 몇번을 정답으로 고르셨나요?
정답은 1번입니다.
아들이 배우는 기술·가정 교과서에는 ‘깍두기에 들어가는 무는 2㎝크기로 팔모썰기를 한다고 분명히 적혀있더군요.
깍두기 뿐이 아니었습니다.
감자볶음, 미역국, 도라지 오이 생채 등 다양한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크기가 영점 몇 센티미터 단위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수도 없이 깍두기를 담그고, 미역국을 끓여온 저같은 주부도 맞힐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자르면 되는 것이지 이렇게까지 배워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2㎝ 정도면 적당하다 ‘4~5㎝ 가량이면 먹기 좋다 이렇게라도 적혀 있었다면 조금은 이해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교과서로 배운 아이들이 즐겁게 음식을 만들어 먹고, 변형된 조리법을 시도할 수 있을까요? 요즘은 TV만 켜면 요리사들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식과 요리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아들도 이런 ‘쿡방은 즐겨보지만, 기술가정은 재미없는 암기과목으로 제껴둔 지 오래입니다.
부총리께서는 ‘꿈과 끼를 가진 창조인재를 기르는 교육을 강조하시는데, 정작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창의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셨는지요?
이런 교과서로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고, 창조경제를 꽃피울 수 있을까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처럼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인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감히 글을 올립니다.
부총리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 중학생 학부모가
[이은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